- 여론·정부·야당 반대에 공식화 20일만에 입장 전환…“고집 안해”
재원 문제도 돌출…박완주 “초과세수 납세유예 해도 턱없이 부족”
내년 1월 방역지원금 지급 무산…대표정책 번복에 이재명 ‘정치적 타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추진 방침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달 29일 1인당 30만~50만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지 20일만이다.
이에 따라 8조10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해 방역 지원금 명목으로 내년 1월 1인당 20만원씩 내년 1월에 지급하겠다는 여당의 계획도 무산됐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고 말한 뒤 “아쉽다. 그러나 우리가 각자의 주장으로 다툴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어렵다.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설득력의 부족일 수 있다. 예산 심의 절차상 문제, 야당의 반대, 정부 입장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오히려 전국민 지원금 때문에 신속 지원이라는 대의가 훼손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쿠폰 지급하는 것이기에 이중 재정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제 주장 때문에 제외된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제 주장을 접고 정부와 야당, 민주당이 신속하고 과감하고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신에 현재 가능한 방식으로 시급한 코로나 피해 회복 및 경제 활성화 지원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 화폐는 올해 총액(21조)보다 더 발행해야 한다”면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의 하한액(현재 10만원)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 인원 제한 등 위기 업종은 초과 세수를 활용해 당장 지원하고, 내년 예산에도 반영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어 “눈앞에 불을 보면서 양동이로 끌 건지 소방차를 부를 건지 다투고만 있을 수 없다”며 “당장 합의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방법이라면 뭐든지 우선 시행하는 게 옳다”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이 후보가 전격적으로 자신의 대표 정책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철회한 것은 야당은 물론 전국민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한데다 정부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 지도부가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으나, 기재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정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국채 추가 발행 없이 내년도 본예산에 전 국민 지원금을 편성하기에는 재원이 모자란다는 내부 판단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보다 추가로 19조원의 세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납부 유예해 내년 세수로 잡으면 전국민 지원금 지급 재원이 충분한다고 봤다.
그러나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초과 세수를 납부 유예한 재원으로 (전국민) 지원금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초과세수에서 40%는 지방교부금으로 줘야 하고 일부는 유류세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 그럼 과세이연을 해도 가용 자원이 2조5000억원인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 전에 이날 낮 박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초과 세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수 상황상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을 경우 전국민 지원금을 주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액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전격적으로 철회 결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이후에 추경 등을 통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올해 추경이나 내년도 정부 본예산에 넣지 않겠다는 것이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정체 속 당내 쇄신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주도적으로 제시했던 핵심 의제에 대한 태도를 급격히 전환하면서 정치적인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선대위 공동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철학과 원칙은 분명하지만,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현실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한다”면서 “역시 이재명답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후보의 제안 이후 민주당은 1인당 약 20만원 규모의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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