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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칼럼] 함께 가야 멀리 간다
뉴스종합| 2021-11-22 11:46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본격화됐다. 1년 넘게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해온 국민은 물론이고, 생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료계 종사자, 방역 관계자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긴 시간 희생하고 인내한 덕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는 코로나와 함께 살되 공동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큰 시련을 줬으나 동시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숙제를 남겼다. 특히 백신접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백신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동시에 화두로 떠오른 것이 ‘집단면역’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초유의 전염병 앞에서는 나 홀로 면역을 갖추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나와 함께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과 이웃, 친구, 동료가 모두 건강해야 나 자신도 더불어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백신 스와핑, 해외 공여 등을 통해 백신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재외국민이 많은 나라에 공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신 개발을 주도한 선진국 정상들은 백신 특허를 포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지구촌 면역’이 뒷받침돼야 국경 봉쇄나 이동 제한이 사라지고 인류가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드물지만 소아마비는 1900년대 초반까지 연간 50만여명의 어린이가 걸리는 무서운 병이었다. 1953년 미국의 조너스 소크 박사가 개발한 ‘소크백신’은 소아마비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백신 만드는 법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여러 회사가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 수 있었고, 전 세계 많은 아동이 소아마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허권을 포기하면서 소크 박사는 “태양에도 특허권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인간은 인류공동체의 일원이며, 모두가 건강해야 안전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미국 국제개발처 연구팀은 야생동물 몸속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170만종이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일상회복에 나서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국제사회의 로드맵을 그려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의 심화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세 사업자가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고, 국제 공급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빈곤국에서 굶주리는 인구는 더욱 늘어났다. 백신이나 치료약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로 통칭하는 다양한 정보는 특정 개인이 아닌 글로벌 공동체를 위해 활용돼야 한다. 정보의 독점은 개인적 부를 보장할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안전과 발전을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했다. 기나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끝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새로운 사회적 지침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속도의 시대가 아니라 동행의 시대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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