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시사] ‘뉴 스페이스’ 시대, 국방의 역할
뉴스종합| 2021-11-29 11:14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우리의 로켓능력에 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로켓은 추진제에 따라 크게 액체추진제 로켓과 고체추진제 로켓으로 구분된다. 누리호는 액체추진제 로켓으로, 이번 발사를 통해 성능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이제 관심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고체추진제 로켓기술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9월 그동안 은밀히 개발해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때 공개된 성과 중에는 앞으로 우리 국방력 강화는 물론 국가 우주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의미 있는 결과물도 있었다. 바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이다. 우리 군은 지난 40여년 동안 고체추진제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다만 그동안은 한·미 미사일지침으로 인해 우주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미사일 지침에는 우주발사체 기술의 군사적 전용 방지를 위한 조항이 있어서다. 다행히 지난해 7월 미사일지침 개정과 올해 5월 미사일지침 종료로 기존 제약은 모두 해소됐다.

이번에 공개된 고체추진기관은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군은 이를 기반으로 2024년경 독자 개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고, 관련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민간 주도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제작 및 인공위성 발사의 토대를 구축해갈 것이라고 한다. 국방 분야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으로 이전돼 ‘뉴 스페이스’ 시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우주 선진국들은 국방·공공·민간의 삼각협력을 통해 국가 주도 우주개발의 한계를 극복하는 가운데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발사장을 비롯한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한편 안정적인 위성 제작 및 발사 수요창출 등을 통해 자국 우주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과 안정적 수요를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이뤄 이윤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가 우주개발 예산을 절감하는 등 ‘뉴 스페이스’ 시대의 선순환구조가 점차 안착 중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군은 그동안 자주국방을 위해 첨단 무기를 개발하며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이 자라나듯 그동안 국방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된 재원은 명품 국산 무기들과 첨단 방산기술로 고스란히 남았다. 이제는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를 국가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슬기롭게 활용할 때다.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은 ‘국민의 군대’를 자임해온 군에도 큰 기회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시대가 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 우주산업 규모는 세계 우주산업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정찰 및 통신위성 확보가 시급한 군은 국내 우주산업 수요를 창출하고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다. ‘뉴 스페이스’ 시대,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우리 군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

이동원 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관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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