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주인수권 매도 193억 챙겨
“주가 고평가 가능성 주의 필요”
자이언트스텝이 유상증자 청약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경영진들은 앞서 신주인수권을 대거 매각,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가가 급등하자 경영진들이 먼저 주식으로 차익을 챙긴 셈이다. 최근 경영진 주식 매각 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들이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이언트스텝이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구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 결과, 청약률 108.61%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모집주식수 126만1262주에 청약합계 136만9820주로 집계됐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이언트스텝은 주당 7만8100원, 총액 약 985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조달자금 중 685억원 가량은 메타버스 신사업 확장을 위한 자회사 편입 용도로 집행된다. 신주권상장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지난 3월 코스닥에 상장한 자이언트스텝은 시각효과(VFX) 기술 전문기업으로 ‘메타버스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상장 1년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최근 대주주인 하승봉 대표이사를 비롯해 회사 임원 11명 등이 신주인수권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뒷걸음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이 신주인수권을 팔아 얻은 현금은 192억624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들의 주식 매도는 국내외 증시에서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 등 임원 8명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1주당 5000원에 주식을 취득해 20만4017원에 매도, 총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이후 120억달러(약 14조1840억원)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
WSJ는 시장조사업체인 ‘인사이더스코어’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48명의 CEO들이 주식 매각을 통해 각각 2억 달러(약 2364억원) 이상을 현금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내부자 평균거래의 4배에 달한다. 48명 중에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야후파이낸스는 “머스크 등 CEO들의 주식 매도가 잇따르는 이유로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내부자들은 기업의 내부정보에 정통하기 때문에 고점에서 매도하고 저점에서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영진 역시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번 지분 매각을 도덕성 관점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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