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역대급 혐오선거...주목되는 ‘네거티브 자제’ 움직임
뉴스종합| 2021-12-21 11:13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이 ‘역대급 혐오 선거’라는 비판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정치권은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정책 경쟁을 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선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김 총괄위원장은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당면한 일이 막중한데 정치권은 네거티브 전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민생과 나라 경제를 놓고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가족 문제가 최근 부각되며 상호 비방이 가열되자 사실상 ‘휴전’을 제안한 셈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이날 이 후보 장남을 성매매 및 상습 도박 혐의로 고발하려던 방침을 철회한 것은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정책선거를 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적극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신속하게 정쟁에서 정책선거로 전환하자”며 윤 후보와의 정책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도 이 후보 아들 의혹을 야당이 기획했다는 ‘공작설’을 더는 언급하지 말자는 내용의 비방 자제를 당내 인사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선거 전략적으로도 무리한 흑색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은 더는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다. 국가의 미래 비전, 국민의 삶을 개선할 정책과 그 실행 방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마당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책 경쟁은 오간 데 없고 상대방 흠집 내기에 몰두하며 그야말로 이전투구판이 계속되고 있다. 김 총괄위원장의 네거티브 중단이나 이 후보의 정책선거 전환 제안은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하고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문제는 말이 아닌 실천 의지다. 국민의힘은 선거 총괄책임자가 네거티브 중단을 제안했는데도 선대위 공보 라인은 이 후보 아들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도 선대위 공보단은 물론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까지 나서 ‘김건희 게이트’를 언급하며 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런 식의 양면적 태도는 정치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는데도 되레 부동층이 늘어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만 네거티브 자제를 이유로 정당한 검증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검증을 핑계로 마구 쏟아내는 ‘아니면 말고’ 식의 흠집 내기를 그만두자는 것이 원래의 취지다. 의혹은 확실한 근거와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제기돼야 하며 당사자는 ‘어물쩍 사과’가 아닌 명확한 답변과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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