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탈레반, 원조 요구하며 여성 인권 짓밟아
뉴스종합| 2022-01-02 07:01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대원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동결된 아프간의 해외자산을 풀어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동결된 인도적 지원과 해외자산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 인권과 자유를 전보다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탈레반 정권은 자국 여성의 자유를 더욱 제한해 택시 탑승 시 머리를 완전히 가리는 방침과 45마일(약 72㎞) 이상 이동 시 남성 친척을 동반해야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택시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여성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으며, 운전 중 음악 재생도 제한된다.

인권 단체는 WP를 통해 해당 조치를 두고 “소름 끼친다”면서 “과거 1차 탈레반 정권(1996~2001년) 때와 똑같이 여성의 활동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규제가 여성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서 공부하는 여성의 교육에 제약이 생길 것이고, 가정 폭력을 피해 도망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집권 초기 여성 인권을 탄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실상은 반대인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 정부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은 “다른 나라보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여성이 남성과 신체적으로 분리될 수만 있다면 일과 학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쿠겔만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의 부국장은 “탈레반은 그들이 정의한 이데올로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이 동결된 해외자산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겨울 가뭄으로 굶고 있는 자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서방국과 ‘치킨 게임’을 펼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카리미 부대변인은 이번 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도적 지원을 환영하지만, 우리는 협상을 통해 자국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며 “국제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혹독한 겨울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간 국민은 지속해서 해외자산 동결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50명의 여성 단체가 수도 카불 시내에서 미국과 외국 기관에 아프간 정부에 자금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 바이든, 날씨는 매우 춥고 내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다”라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 아프간에 자금 투입을 시작했지만 아프간 자산 80억달러(약 9조5240억원)를 동결하고 있다.

yoohj@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