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새해 벽두부터 뚫린 경계망...군 기강해이가 문제
뉴스종합| 2022-01-03 11:18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지역 최전방 철책을 통해 신원불명자가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새해 벽두부터 대북 감시망이 또 뚫린 것이다. 정작 한심한 것은 우리 군 감시장비가 정확히 감지했는데도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녹화된 CCTV로 철책선을 넘는 모습을 확인했다니 기가 찰 뿐이다. 경계에 소홀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기강 문제이고 우리 군의 기강해이는 도를 넘어섰다.

더 한심한 것은 사후 조치 과정에서의 안이와 무능이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설치된 경계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고, 초동 조치부대가 현장에 출동도 했다. 그런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상 없음’ 보고를 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세밀하게 살펴보았다면 흔적을 발견하고 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재작년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때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감시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돼 그 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전면 보강했다. 그런데도 경계에 구멍이 뚫렸으니 이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아무리 최첨단 경계장비를 갖췄다고 해도 군의 기강이 흐트러지면 소용없는 일이다.

월북자의 신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가 되는데도 군 당국은 성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단 내 이탈 병력이 없다고 하니 군인이 아닌 민간인일 것이란 추정만 할 뿐이다. 월북자의 생사도 확인이 안 된 상태다. 북한은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북측에 의해 사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총살을 당한 적이 있다. 합참은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북측에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계에 실패하고는 북한의 답신만 바라보는 군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목선 귀순’ 등 경계 실패 사례는 이제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대북 경계만이 아니다. 해군 기지에 외부인이 몰래 들어와 활보하고, 서해에는 중국인 밀입국자가 거리낌 없이 드나든다. 경계는 국가안보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다. 이게 무너지면 나라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다. 경계 실패는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해당 지휘관을 문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든 싸워 이길 힘을 갖춘 강한 군대로 거듭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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