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카자흐 정치소요 사태 확산 조짐...러 주도 평화유지군 투입
뉴스종합| 2022-01-06 09:29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사흘째인 5일(현지시간) 수도 누르술탄 거리에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차량이 보인다. 연초 가스 가격 2배 인상을 규탄하는 시위가 2일부터 시작해 이날까지 옛 수도 알마티와 다른 12개 도시에서도 반정부 시위로 거세게 번지자 러시아 주도 '평화유지군' 투입이 긴급 결정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6개월 간 가스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타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가스 가격 폭등에서 시작된 카자흐스탄 반 정부 시위가 정치 소요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주도 '평화유지군'이 긴급 투입된다.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의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국가 동맹의 '평화유지군'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외부의 간섭으로 인한 카자흐스탄 국가 안보·주권의 위협을 고려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Security Treaty Organization)는 집단안전보장조약에 의거, 카자흐스탄의 안정과 정상화를 위해 집단평화유지군을 임시 파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STO는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칸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이며 파쉬냔 총리는 현재 CSTO 의장을 맡고 있다.

파쉬냔 총리는 다만 파병 규모와 파병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주도 평화유지군이 시위 사흘만에 파병을 신속하게 결정한 배경으로, '반(反) 러시아 정서' 확산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크렘린궁 내부에선 시위대가 러시아 접경지역으로 몰려 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국가들에서 영향력을 놓지 않기 신속히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외신들은 액화석유가스(LNG)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한 시위가 약 30년 간 집권한 친(親)러 정치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1)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의 팀 애시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인터넷에 능숙한 젊은 카자흐인들은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같은 국가 수준의 자유를 원한다. 이들은 권위주의 정권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 정권을 이양한 나르자바예프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맡고 그의 조카를 2인자에 앉히는 등 사실상 실권을 쥐고 있었다.

시위대와 진압군의 무력 충돌로 인한 희생자도 나오고 있다. 지난 4~5일 시위로 경찰과 진압대원 8명이 사망하고, 3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카자흐스탄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는 2일 서부 망기스타우주(州)에서 시작해 사흘만에 옛 수도 알마티, 현 수도 누르술탄(아스타나) 등 전역으로 확산해 군경과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급속히 악화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날 전역에서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발동하는 등 긴급 대응했다. 알마티와 누르술탄에선 전화와 인터넷 통신이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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