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법 시행 원년에 뒷걸음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뉴스종합| 2022-01-07 11:16

6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2021년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금감원은 해마다 민원의 예방과 처리, 전담조직, 상품개발, 상품판매, 민원시스템·공시, 교육·정책 등 7개 항목에서 소비자 보호 실태를 평가해 우수, 양호, 보통, 미흡의 4개 등급을 매겨 공시한다.

그런데 지난해 평가 대상 26개 금융사의 40%가 2020년보다 평가 등급이 떨어졌고, 오른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명백한 뒷걸음질이다. 종합 등급 ‘우수’를 받은 곳은 하나도 없고, ‘양호’인 회사도 3곳(국민은행, 현대카드, 삼성증권)에 불과하다. 대부분인 20개사가 ‘보통’이다. 심지어 ‘미흡’인 곳도 3개사(DGB, KDB, 현대캐피탈)나 된다. 오늘날 금융사 소비자 보호 실태는 이렇듯 참담하다.

문제는 이번이 지난해 3월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이후 첫 번째 평가라는 점이다. 금소법은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사태, 대규모 환손실 키코(KIKO) 사태, 해외금리 파생상품 손실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10년 넘게 논란을 거치다 힘들게 만들어졌다. 더 잘하라고 법을 만들었는데 그 시행 원년에 더 나빠진 평가 결과가 나왔다. 금감원이 특별히 더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댄 것도 아니다. 결국 전산 장애나 펀드 불완전 판매 등으로 민원이 늘어났거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된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소비자 보호 전담조직’이나 ‘상품판매 관련 소비자 보호 체계’ 항목에서 전년에 비해 평가 악화가 두드러졌다. 금융사들의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안 그래도 금융사들의 소비자 보호 노력에 불만이 많은 소비자들이다. 금융위가 실시하는 거의 모든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금융회사 행태 및 윤리의식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상품판매 이후 무관심하며 사고나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과 상품설명서는 물론 과도한 서류 요청과 긴 대기시간도 여전하다. 금융회사 광고는 왜곡이고 과장이라 생각한다. 세대 간 디지털 정보화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금융사들 아닌가.

2021년은 여전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대부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얻었다.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그걸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좋은 실적 이면에 드러난 소비자 보호의 퇴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금융사들의 소비자 신뢰는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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