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혐오’ 올라탄 대선…토론은 없고 ‘밈’ 대결만
뉴스종합| 2022-01-10 11:24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이 ‘사회 통합’의 비전 제시 없이 갈등·분열에 편승해 표만 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혐·남혐 등으로 왜곡된 젠더 갈등이나, 좌우 편가르기식의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페미니즘 유튜브 출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보수 야권 인사들의 ‘멸공 챌린지’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은 10일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 “젠더 갈등을 여성가족부가 앞장서 조장 하기 때문에 남성혐오부 아니냐.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한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가부 박살’ 주장에 상대 류호정 의원은 “윤석열 후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내놓았다. 당초 윤 후보는 여가부에 대해 ‘양성평등부’로 부처명을 개편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바꿨다. 여가부 폐지 발표는 정책본부장도 몰랐던 사안이다.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 “발표하는 당시에 몰랐다. 선 조치 후 보고 이런 것”이라 설명했다. 윤 후보는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 남성 표심을 공약도 내놨다.

‘여가부 폐지’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존재할 이유가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윤 후보가 아직)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일고 있는 ‘멸공 인증’ 릴레이는 특정 정치 이념을 사회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혐오원리’가 확산의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과 함께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달파멸공’은 문재인 정권을 파해 공산주의를 멸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멸공 인증 릴레이를 선보였다.

문제는 ‘멸공 인증’ 릴레이에 대선 후보가 직접 참전하게 된 경우 당선 이후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이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될 후보가 직접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경우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17년 이미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특정 재벌 오너의 경우 ‘멸공’을 놀이로 삼을 수 있으나, 차기 대통령 후보라면 국정에 미칠 무게감이 다른만큼 자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멸공 인증’ 릴레이에 대해선 야권 내에서도 문제제기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발(發) ‘멸공 인증’ 릴레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라 썼다.

‘탈모 공약’을 필두로 한 ‘세부 핀셋’ 공약도 확산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측은 임플란트 확대 방안, 골프장 운영 심사제 도입, 전자제품 수리권 도입도 약속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재정 문제와 토론·논의 장면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야권 역시 ‘핀셋 공약’ 발표 모방에 여념이 없다. 국민의힘은 전기차 충전 요금을 동결하고 지하철 정기권을 버스 환승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석열씨의 심쿵약속’ 시리즈도 시작했는데 첫번째 약속은 ‘택시 운전서 보호 칸막이 설치’였고, 네 번째는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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