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네거티브 배우자로 확대
‘영부인’에 대한 요구도 제각각
이희호 여사형 vs 질 바이든형
영부인 품격과 걸크러쉬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 |
대통령 후보자 부인들이 대선 정국 전면에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7시간 통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조카 통화’로 나란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야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배우자 리스크’가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역대 대선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민주당은 김건희 씨의 통화내용에 대한 공격을, 국민의힘은 김혜경 씨의 녹취록 역시 방송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맞붙었다. 역대급 네거티브전이 대선후보를 넘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후보 배우자에게로 파고든 양상이다. 여야 후보보다 배우자 문제가 대선 정국의 전면에 부각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과거 ‘그림자 내조’에 집중해왔던 대선후보의 배우자나 ‘대통령의 부인’ 역할에 한정한 영부인보다 독립적인 자리로서의 ‘대통령 영부인’으로 바라보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중요한 외교적 고비에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이끌어 관심을 받으면서 영부인이 갖는 상징성이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영부인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주로 내세웠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발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이마를 드러낸 단발의 헤어스타일로 변화를 줬다. 김 씨는 적극적인 공개 행보를 보이면서 현장에서 이 후보의 허리를 감싸는 등의 내조가 화제가 됐다.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역시 대선후보 배우자로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긴 생머리와 옆머리를 자르고 중단발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허위 이력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위한 자리였던 만큼 정제된 모습이었다.
반전은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부터다. 후보 배우자에 대한 논란이 마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던 과거와 달리 김 씨에 대해 ‘걸크러시’라는 의외의 반응도 나온 것이다. 주로 2030 젊은층을 대상으로 김 씨의 정치 현안에 대한 가감 없는 발언이 예상치 못하게 화제가 되면서 인터넷 팬카페의 회원 수가 폭증하기도 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기에 혹시 모를 파장에 여야 모두 몸을 낮춘 분위기다. 공개된 김건희 씨의 통화녹음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영부인’ 유형을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같이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면서 여성 정책을 이끈 선두주자로서의 영부인상과,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같이 남편의 일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선두주자로서의 영부인상으로 나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씨의 경우 후자로 갔어야 한다”며 “남편을 비호하고 캠프 일에 관여하는 것이 아닌 ‘우리 남편은 정치를 너무 못하는 것 같다’고 얘기할 수도 있어야 진정한 걸크러시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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