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양자토론 일정 싸고 신경전
네거티브 공격 자제…방어 중심 전략
정책 파헤쳐 文정부 차별화 모순 공략
“말만 잘한다고 토론 유리한 것 아냐
방어·실언 줄이기 관건” 자신감 피력
‘앵커 출신’ 황상무 주도 토론팀 보강
민주 27일·국힘 31일…일정 기싸움
설 명절 전 최대 관심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첫 양자 TV토론 일정 합의가 임박하면서 19일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노련미’의 이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는 ‘말만 잘한다고 토론에서 유리한 것이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가 말을 유려하게 하는 만큼 많은 말을 했기에 허점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 후보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자평한 ‘대장동 국감’ 후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 측에서 어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후보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번 TV토론에서 이 후보의 최대 약점인 대장동 이슈를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 검사 경험이 베이스다. 윤 후보는 경선 토론회에서도 법률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공격과 방어를 했다.
네거티브는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백중세인 상황에서 먼저 네거티브 공격을 할 경우 ‘지는 쪽’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최대 현안인 ‘김건희 리스크’를 건드릴 경우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불법 도박 의혹을 받은 아들 문제로 역공을 할 수 있다.
이 후보가 오랜 행정 경험을 토대로 경제 등 정책을 파고든다면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보인 모순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는 이를 대비해 꼼꼼하게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 후보가 ‘토론을 잘한다’는 이미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실수하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윤 후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만큼 선방하면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비언어적 요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윤 후보 특유의 느릿한 화법과 일명 ‘도리도리’ 등 그동안 지적받은 태도가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면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가 고개를 크게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누가 TV토론에서 잘 방어하는지, 실언을 줄이는지가 최고의 관건”이라며 “TV토론은 많이 안다고, 말을 청산유수같이 한다고 점수를 주는 것도 아니고 꼭 당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부시 후보가 유려한 화법을 보인 앨 고어 후보를 이겼고,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조 바이든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돌발 행동에도 당선된 사례가 있다.
양당은 TV토론 일정부터 기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민의힘은 31일을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KBS 앵커 출신 황상무 단장을 중심으로 준비단을 꾸렸다. 최근 TV토론팀 인력을 보강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2030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윤 후보가 젊은 세대의 기대에 미치는 토론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남은 숙제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충돌되는 주장도 많아 이 점을 잘 짚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윤 후보도 카메라 앞에서 많이 면역이 됐고, 전략을 잘 세워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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