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2280만원 어치 스톡옵션 휴지조각 되면 어떡하죠. 회사 주가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카카오 직원)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카카오 주가에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지급한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톡옵션 행사가(11만4040원)에 비해 주가가 약 20% 빠졌다. 행사 기간은 내년 5월부터로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긴 했지만,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창사 이래 최초로 본사 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1년 이상 재직한 2223명에 200주씩, 1년 미만 재직자 283명에겐 100주씩이었다. 당시 행사가는 11만4040원. 1년 이상 재직했을 경우 약 2200만원 어치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카카오 주가 추이. 20일 종가 기준 9만2300원이다.[한국투자증권앱 갈무리] |
그러나 카카오 주가가 9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 가치는 20% 가량 하락했다. 약 2280만원의 스톡옵션 가치가 약 1840만원이 된 셈이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행사 기간은 내년 5월 4일부터 2028년 5월 4일까지다. 내년 5월 4일 후에 50%, 2024년 5월 4일 후에 나머지를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행사 기간에 주가가 행사가를 밑돌면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손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사 기간 종료일까지 행사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그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스톡옵션을 지급하며 “직원들의 동기부여 및 회사의 지속적 성장에 발맞춰 나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이 무색하게 결국 카카오페이 등 주요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앞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카카오페이 상장 한달 만에 대량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알려졌다.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던 류 대표는 이후 자진 사퇴했다. 이 여파로 카카오 및 자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 [카카오 제공] |
카카오에 근무하는 A씨는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도록 하기는 커녕 경영진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막말로 경영진은 스톡옵션으로 수백억원을 벌고 나갔는데, 남은 직원들은 뭐가 되냐,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2월 자사주를 보너스로 받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액면분할 전)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455만원 상당이었다. 액분 후 시세로 따지면 주당 9만1000원 가량이다.
보너스로 받은 자사주를 지난해 7월 고점에 판 직원은 거의 2배에 가까운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매도하지 않은 직원은 겨우 본전과 비슷하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은 20일 카카오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올해 주가가 반등하기는 하겠지만 지난해 수준의 고점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남궁훈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
한편, 20일 기준 카카오 주가는 9만23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 2.1% 상승했다. 이날 있었던 신임대표 내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에서 남궁훈 단임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경영쇄신에 나섰다. 남궁훈 내정자는 카카오 공동체의 10년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이끌고 있다. 한게임 창립멤버로 NHN USA 대표, 위메이드 대표,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을 거쳤다.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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