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몸 사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후원사들, 거액 쓰고도 침묵
뉴스종합| 2022-01-24 07:37
작년 한 베이징 슈퍼마켓 앞에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 제품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비자, 프록터앤갬블(P&G), 코카콜라 등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다음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몇몇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통상 해오던 올림픽 주제 광고들을 이번에는 건너뛰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비자카드의 경우 2018년 평창올림픽 때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성화 모양과 함께 D-100일 카운트다운을 내거는 등 열기를 보탰지만, 올해는 올림픽 후원 활동에 대해 트위터는 물론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있다.

평창올림픽 때 '편견을 넘은 사랑'이라는 주제의 광고 캠페인을 펼친 P&G나 D-100일 카운트다운 마케팅과 대대적인 TV광고를 했던 코카콜라도 마찬가지다. P&G나 코카콜라는 미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광고를 띄우지 않았다.

코카콜라 측은 올림픽 광고 캠페인은 중국에서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P&G 측은 이번에는 광고 메시지를 선수에게 집중하며, 올림픽 관련 마케팅은 개별 시장의 지사장에 맡겼다고 밝혔다.

저널은 비자나 P&G, 코카콜라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원사 중에서도 가장 상위 기업들은 최근 두 차례의 올림픽 대회(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에 모두 10억 달러(1조1925억 원)를 후원금으로 지불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액을 쓰고 올림픽 후원권을 따낸 기업들은 광고 시 올림픽 로고를 독점 사용할 수 있다.

올해 후원사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신장 위구르족과 홍콩 민주주의 억압 등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인권 탄압 우려는 올림픽 경기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런 우려로 잇따라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각국의 인권 단체들도 올림픽 후원사를 압박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올림픽 후원사들은 대중의 비판과 자칫 소비자 불매 운동까지 맞을까하는 우려로, 올림픽 후원에 거액을 쓰고도 마케팅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후원 기업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위스 시계 업체 오메가는 베이징올림픽이 새겨진 새 시계 모델을 출시했다. 오메가 측은 WSJ에 올림픽 스포츠 후원에 전념할 것이며, "정치적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의 마케팅 책임자로 일했던 릭 버튼은 "후원사들은 태풍을 헤쳐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중국에서도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IOC위원회는 "모든 세계 정치 문제에 중립을 지켜야한다"며 개최국의 정치 구조, 사회환경, 인권 기준에 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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