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가 꼭 유리하지도, 큰 점수 내기도 어렵지만’
민주당 “후보 간 역량 비교 국면으로 전환될 것”
진흙탕 네거티브→인물론 구도로 국면 재편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TV토론에서 제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꽤 오래 나름대로 정치를 했고 상대방은 정치를 한지 얼마 안돼 기술적으로 (제가) 앞설 거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당연히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잘해야 본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난달 30일 MBC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TV토론회에 나오라고 압박하면서도, 자신이 TV토론에서 ‘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 25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국민들께서 이미 이재명은 원래 토론도 잘하고 정치도 오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는 검사만 오래 하고 토론에서 실수도 하겠지라고 생각하실 거다. 기대치가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안팎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가 TV토론 한 방으로 ‘큰 점수’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게 나온다. 방송토론은 후보자들의 토론 실력뿐 아니라 태도, 시선 처리, 진정성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상대 후보를 몰아 세우고 논쟁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반드시 유권자들에게 점수를 따는 것도 아니다. 일반론적으로 이 후보가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TV토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TV토론을 기점으로 진흙탕 같은 네거티브전, 정권심판론 우위 구도 등의 불리한 국면을, 이 후보가 강점을 보이는 ‘역량 비교(인물·자질론)’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핵심 관계자는 “TV토론을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이 네거티브나 구도가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역량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국면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와 별도의 토론회를 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연말연초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역전할 수 있었던 배경엔 국민의힘의 극심한 내홍으로 인한 윤 후보의 하락도 있었지만, 이른바 ‘삼프로 효과’로 불렸던 경제 유튜브 삼프로TV 출연 호평 등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량 차이가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 자체 분석이다.
최근까지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에서 뒤처질지라도 경제문제 해결 역량 등을 묻는 질문에서는 꾸준히 윤 후보를 앞서고 있다. 여의도 정치(국회의원) 경험은 없지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을 10년 간 역임하며 ‘행정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정치 신인’으로 결과물을 내본 적이 없는 윤 후보 대비 우위에 서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통화 녹음과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공개 등 이른바 ‘녹취 대전’ 국면이 계속되면서 이 후보는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달 초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앞서던 지지율이 순식간에 초박빙 또는 윤 후보 미세 우위로 재편된 이유다.
믿을 건 다시 인물론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도 라디오에서 “구도는 불리하지만 인물은 우리가 유리하다”고 여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TV토론 전략도 윤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기보다는, 자신의 국정 운영 능력을 차분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풀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광주를 찾아 지역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TV토론과 관련, “국민들께서 신발을 하나 사도 다 비교하면서 사는데 국민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들을 국민에게 비교·분석할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이 후보와의 TV토론에 대해 “여러 차례 양자 토론을 좀 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면서 “(이 후보에게) 질문할 것도 많고, 그리고 4자 토론도 협의 되는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TV토론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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