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대표소송, 재계 주총 시즌 앞두고 긴장 고조…기업경영·수익성 악화 부담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원자재가 상승, 산업 전반 원가 부담↑
반도체 공급 부족, 완성차 업계 대응 분주
재계가 국민연금 대표소송,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공급난 등 ‘트리플 파고’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도심의 빌딩숲.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헌 기자]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개정 추진, 원자재 가격 상승, 반도체 공급난 등 이른바 ‘트리플 파고’가 재계를 덮치고 있다. 이제 막 2022년 첫발을 뗀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 같은 악재들이 닥치면서 경영 위축 및 신사업 제동 등의 영향을 받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내달 본격 열리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소송 권한을 노동계와 시민단체 입김이 상대적으로 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부여하고 소송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을 ‘대표소송’으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상장사 지분 0.01%이상을 갖고 있으면 투자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해져 자회사·손자회사까지 소송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0.01% 이상을 보유한 1000여개의 기업들이 소송 사정권에 놓였다. 재계는 기업 경영 부담과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며 전향적인 수정안 나아가 전면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다.
부산항 전경. [연합] |
이와 함께 산업의 원동력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 수익성 저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물론 철광석, 리튬 가격 등 광물 가격 인상으로 각종 물류, 소재, 부품 등 산업 전반의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원료가 되는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브렌트유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일(현지시간) 장중 89.72달러까지 올라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리튬 가격은 전기차 등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1년 간 600% 급등했다. 산업의 핵심 금속인 ‘닥터 코퍼’ 구리는 물론 니켈 가격도 올랐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는 고유가 악재라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 배터리·화학 업계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벌칸에너지와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웠다. 삼성SDI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 기업 간펑리튬 지분 1.8%를 매입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돼 산업계 전반으로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를 묻는 질문에 “설비 반입 시점이 기존 예정보다 길어지는 추세가 있어 이를 고려해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 SK 하이닉스 역시 올해 반도체 생산 장비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다. 차질발생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공급이 직접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나타났다. LG전자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 VS(자동차부품솔루션)본부 흑자전환이 지연된 사유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의한 완성차 생산 감소 ▷반도체 관련 구매비용 상승 ▷수급불안에 따른 운용비용 증가 등을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에 제조업체들의 대응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의 경우 전자제어장치, 전장부품 등 관련 직접 반도체 공급업체와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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