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기 다른 셈법…당 노선 투쟁 번지나
후보 등록 13~14일이 ‘1차 마지노선’
공식입장 말 아끼는 尹…곧 결단할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 여부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통합파의 단일화 요구 목소리가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거듭 분출되며 자강파와 충돌하는 모습이다. 각기 다른 셈법이 당내 노선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안에선 “단일화 ‘골든타임’이 일주일 앞으로 온 만큼,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결단을 해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자강파 “막연한 단일화는 구태”=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막연히 ‘합치면 이긴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선거 담론이 되는 순간 국민의힘은 구태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내 단일화 필요성이 거론되는 일을 놓곤 “책임 있는 자리에선 (단일화 이야기가)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 캠페인을 총괄하는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선대본부 내 일부 인터뷰 내용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당내 자강파는 지지층 확장의 ‘키’를 안 후보가 아닌 호남으로 보고 있다. 호남이 그간은 ‘보수의 불모지’였지만, 시선을 뒤집으면 그만큼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서다. 여태 한 자릿수가 어색하지 않던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20%대로 껑충 뛰기 시작한 점도 고무적이다. 자강론자들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절반의 효과밖에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더욱 보수 색채를 보인 만큼, 이젠 단일화를 해도 ‘보수 결집’ 이상의 확장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양측 간 단일화 협의체가 생긴다고 해도 협상 중 잡음만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통합파 “더 큰 승리를 위한 단일화”=이용호 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 (크게)이기기 위해 (단일화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도 “때가 됐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지금도 늦었다”며 논의를 촉구했다. 당 안에선 ‘안철수 총리론’도 언급된다.
당내 통합파는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박빙이란 점을 단일화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다. 단일화로 ‘부스터’를 달지 않는 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자강으로 이길 수 있어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두자릿수 차이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해야 ‘180석 민주당’에 맞서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했다. 통합론자 사이에선 풀뿌리 조직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는 민주당의 조직 선거에 밀리지 않으려면 ‘반문(반문재인) 통합’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완주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두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도 당 내부에선 단일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말 아낀 尹…곧 입장 밝힐 듯=윤 후보는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제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부적절한 사항”이라며 “저와 선대본부에서 다룰 문제”라고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 4일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단일화는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단일화 가능성에 문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안에선 윤 후보가 마음의 정리를 끝낸 것으로 보고 곧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에선 후보 등록 기간인 오는 13~14일을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단일화의 1차 마지노선으로 두고 있다. 투표 용지 인쇄일(2월28일) 하루 전인 27일은 2차 마지노선으로 거론되는 날짜다. 투표용지 인쇄 전날까지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전 투표 개시일(3월4일)이 데드라인으로 언급된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