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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사과다운 사과’-野‘이유 없다’…文-尹 정면충돌, 대선 막판 ‘블랙홀’
뉴스종합| 2022-02-11 10:56

[헤럴드경제=강문규·신대원·정윤희 기자]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격화일로’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와 함께 요구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과’인데,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청와대는 “사과하면 끝날 일”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역공을 펼치는 모양새로, 사태는 대선 막판까지 끌고갈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판을 키우면서 “문 대통령을 지킬 후보는 이재명”이라며 현 정부와 차별화 대신 숨어있는 여권표 결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헤럴드DB]

▶청와대 “사과하면 끝날 일”=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수사’ 언급에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분노에 대해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며 “(윤 후보가) 실언을 했다고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현 정권을 비판하며 ‘적폐’라는 단어를 쓴 것이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윤 후보의 발언이 노 전 대통령의 전례를 상기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분노를 더욱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을 한 배경에 무리한 검찰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여권에 팽배한 상황에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언급이 ‘기획사정’을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 후보가 아직 ‘사과다운 사과’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과할 지점까지 짚어줬지만 윤 후보가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전날 윤 후보가 “제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문 대통령님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이라고 파장 차단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윤 후보의 본인 이야기만 한 것이지 사과는 아니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선거 중립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대응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 후보에 대해) 매일 언급할 수 없지만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철저한 정치 중립을 강조하며 대선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가해왔던 만큼 대선 막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대통령과 제1야당 대선 후보와 정면충돌’ 국면 장기화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과 이유 없다?…국힘 “선거개입” 파상공세=반면 야권은 ‘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윤 후보의 발언은 원칙론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당 내 ‘친문결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동시에 ‘문재인 vs 윤석열’ 대결구도가 불리하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의 전면 등판으로 이 후보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 있고 정권교체 여론이 강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결집로 선거를 유리하게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이 합작해 제1야당 후보를 공격하니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거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이라는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생경하고 의아한 장면”이라며 “불법과 부정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처벌해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인데, 이것이 어떻게 정치보복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 역시 전날부터 시행된 고위험군 확진자 중심의 새로운 방역체계의 부실관리를 지적하며 “문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금은 선거에 개입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임을 명심해 달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차담회를 가졌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도 민주당도 참전…“지지층 결집”=민주당 윤 후보의 발언을 ‘검찰발(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친노·친문이지만 이 후보 지지를 주저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결집해 현재의 ‘경합 열세’ 국면을 탈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당은 여권 대결집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며 윤 후보 공격에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윤 후보가)사과를 하지 않으면 중도층까지 다 떠나갈 것”이라며 “사과를 하고 안 하고는 윤 후보 측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폭풍은 그쪽 진영이 더 크게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와 관련 “기득권 사냥개, 술취한 망나니” “적반하장” “정치 보복” 등의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윤 후보간 정치보복 공방에 참전한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정치보복 아닌 위기극복 경제회복에 주력할 때”라면서 “검찰 책임자로서 눈감았던 적폐가 있다는 의미든, 없는 적폐 조작하겠다는 뜻이든 모두 심각한 문제이고 국민 모독”이라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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