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전쟁 가능” 한마디에 요동친 세계 증시·금값…전쟁 터지면 상상 불허?
뉴스종합| 2022-02-18 09:56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펼쳐진 러시아·벨라루스 연합 군사 훈련에서 러시아군이 다연장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극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세계 양대 핵보유국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전쟁 불사’와 ‘외교적 해법 추구’란 양 정상의 말에 세계 주요국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 역시 지정학적 불안 심화에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격랑에 휩싸인 모양새다. ‘세계대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전운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짙게 드리우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8개월래(來) 최고치를 찍었다.

이런 가운데 외교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러 양측의 ‘말싸움’이 평행선을 달리고, 서방과 러시아 간 경계선 주변에 대한 양측의 병력 증강과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 추세를 보이면서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美·유럽 증시, ‘전쟁’·‘軍철수’ 전망에 초긴장=미·러 양국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세계 증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78% 떨어진 34,312.03에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2%, 나스닥 지수는 2.88% 급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같은 날 영국, 프랑스, 독일 증시는 물론 범유럽 지수까지 동반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매우 높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고와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이 쏟아진 것이 시장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불과 이틀 전 러시아가 일부 군병력을 철수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는 물론 유럽증시까지 일제히 상승한 것과는 천양지차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반응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영-유 마 수석 전략가는 CNBC에 “단기적으로 시장은 러시아에서 나오는 신호들로 움직일 것”이라며 “시장에 드리운 부정적 측면과 추가적인 먹구름은 (시장 움직임에) 당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金값 상승 당분간 지속…유가·주요 원자재價 급등도 불가피=금값 랠리 역시 심상찮다. 사상 최고 수준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국면 속에 우크라이나 위기까지 겹치며 안전자산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4월분 금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6% 상승한 온스당 190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블룸버그통신 자료]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달로 예정된 2018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 인상이 금값 상승세를 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매트 심스 시티 인덱스 수석 시장분석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할 경우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도 가파른 상승 곡선 위에 올라탄 형국이다. 같은 날 은 선물 가격은 1.1% 오른 온스당 23.875달러로 지난달 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팔라듐(3월물)과 백금(플래티늄, 4월물) 가격도 각각 3.9%, 2.7%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유가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현재 배럴당 100달러 선에 육박한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펼쳐진 러시아·벨라루스 연합 군사 훈련에서 러시아군 소속 헬리콥터가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AP]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러시아는 석유·천연가스는 물론, 니켈, 팔라듐, 구리, 석탄, 포타시, 알루니늄, 밀 등 원자재와 곡물의 주요 생산국”이라며 “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발(發) 원자재 파동의 도미노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예측조차 힘들다”고 강조했다.

▶美·러 긴장 고조는 현재진행형=이런 상황 속에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불신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군병력을 철수하지 않은 채 위장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수일 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라며 쏘아 붙였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리어 긴장을 더 고조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미국과 러시아의 날선 맞대결은 이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가침 선언을 하라”며 촉구했고,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블링컨 장관의 언급에 “근거없는 의혹 제기”라며 반박했다.

[EPA]

여기에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2인자’ 바트 고먼 부대사를 추방하며 양국 갈등을 키웠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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