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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비아냥 선 넘은 ‘막말 대잔치’…애들 볼까 부끄러운 대선
뉴스종합| 2022-02-18 11:23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벽보들이 나란히 붙어 있다. 그러나 유력 후보간 낯뜨거운 공방전은 ‘아름다운 선거’라는 홍보 문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연합]

제20대 대선이 임박할 수록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미지를 키우며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대선 한복판에서 불거진 무속 논란뿐만 아니라 후보 배우자에 대한 외모품평, 유세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까지 여야 가릴 것 없는 ‘막말 대잔치’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어갈 국정책임자에 나선 후보들에 대한 날 선 검증도 중요하지만, 도 넘은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투표하게 되는 만18세 이상 청소년은 물론 향후 유권자가 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도 넘은 조롱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소속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전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유세 트럭 사진을 올리고 “탑승자 두 분이 경미한 타박상만 입어서 정말 천만다행”이라면서도 “저짝은 서서히 침몰하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만 남았다”고 글을 남겨 물의를 빚었다.

이에 민주당은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었던 사고 현장을 목전에 두고 경쟁 당을 조롱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네거티브는 대응하되 무엇보다도 유세 현장의 사고를 조롱하거나 상대를 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언행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논란이 되자 이 교수는 선대위 직을 사퇴했다.

권 본부장의 경고에도 과도한 비아냥이 알려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지역 국민의힘 선대위 본부장은 230여명이 참여한 선대본부 카카오톡 채팅방에 아이가 교통사고 당하는 동영상을 게시하며 “이재명을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채팅방의 다른 관계자가 “이런 비유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고 난 부모가 보면 어떻겠느냐”고 지적하자 해당 본부장은 “(영상이) 중국이라 상관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 지역 본부장이 정식 직함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식 본부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면서도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일부 과격한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공보단은 이날 "교통사고 영상을 활용해 있을 수 없는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청주시 선대위 조직본부장’이라고 돼있는데 국민의힘 선대본에는 이같은 직제 및 직책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선대본부에 대해 악의로 함정을 판 것으로 의심되는 해당 인사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외모 품평’도 도마에 올랐다. 가수 안치환의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의 가사와, 앨범 커버 이미지의 일러스트 등이 김 씨를 겨냥한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논란에 대해 이경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인터뷰에서 “(김 씨가) 경력 학력 다 위조했고, 성형 안 한 것도 아니다”며 “저는 과거 얼굴보다는 성형한 것이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윤 후보는 “제가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국민들 앞에 외모까지 평가받고, 한 여자로서 힘든 일을 많이 격었다”며 “표현의 자유도 상식의 선을 지켜야 한다. 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여성 혐오를 일삼는 노래까지 만들다니”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과도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 후보와 당을 공격하는 언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윤 후보 부부에 대한 ‘무속 논란’ 등 네거티브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무속인 ‘건진법사’가 주도하는 종단인 ‘일광종’이 2018년 주최한 충주 행사에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코바나콘텐츠 대표 김건희’가 적힌 등이 발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행사에서는 소의 가죽을 벗겨 전시하고 돼지 사체를 전시하는 등 ‘엽기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활동을 했던 건진법사가 ‘실세’라는 이미지를 통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신천지 압수수색 영장 반려와 관련성을 제기하며 ‘무속 프레임’에 힘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을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여야 모두 ‘도 넘은 네거티브와 조롱’ 자제령을 내리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정책 검증이 아닌 과도한 네거티브는 지지율이 아닌 ‘정치혐오’만 키우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이지만 정치의 주체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며 “정치가 감정의 대결구도가 되면 정치의 본질을 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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