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은 ‘리플라’ 대표의 에코 도전
2% 불순한 PE만 분해하는 탱크
미생물 통한 재활용 향상법 찾아
상용화 이전 투자자 잇단 러브콜
플라스틱은 유리나 종이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최소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측면에서는 보다 나은 선택지다. 그래서 누군가는 ‘플라스틱은 잘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해법을 고민한다.
미생물을 통해 재활용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업 ‘리플라’의 서동은(24·사진) 대표도 그 중 한명이다. 서 대표는 재활용 사업자들이 보다 비싼 가격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팔 수 있도록, 단일 재질의 순도를 향상시키는 미생물 탱크를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의 종류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다양한데, 실제 물질로 재활용되려면 그 종류별로 완벽히 나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몇 차례 절차를 반복해도 순도를 98%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서 대표는 2%의 불순 플라스틱만 따로 골라낼 방법을 고안했다. 해법은 편식하는 미생물이었다. 예를 들어 100 중 98의 폴리프로필렌(PP)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2만큼의 폴리에틸렌(PE)만 분해하는 미생물 탱크에 집어넣었다가 건지면, 결과적으로 PP 순도 100%의 플라스틱을 얻을 수 있다.
서 대표는 “순도를 100% 가까이 끌어올리면 가격이 새 플라스틱의 80% 수준으로 높아진다. 98%짜리와 비교하면 50% 이상 더 받는 것”이라며 “탱크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1년이면 투자 비용을 회수하실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아이디어를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떠올렸다. 이듬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입학해 생명공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사업을 빨리 현실화하고 싶단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학생’ 신분으로 20여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사실 플라스틱을 미생물로 분해하는 방식이 완벽한 친환경 솔루션이라고 보긴 힘들다. 플라스틱을 분해 과정에서 온실 가스인 탄소를 배출되기 때문. 하지만 미생물 솔루션을 이용해 재활용 효율을 높이고, 이로써 태워지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아직 상용화를 2년 넘게 앞두고 있음에도 리플라는 굴지의 투자자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았다. 딥테크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비롯해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연세대학교기술지주, 대경기술지주 등이 리플라에 투자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되면 리플라는 약 11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서 대표는 재활용 산업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아지기를 기대했다. 현재는 정책 입안자나 대다수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고체연료로 활용하거나 열처리하는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쓰레기를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할 것’이라는 시선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재활용은 전에 없던 새로운 소재 시장을 열 수도 있는 영역”이라며 “재활용 사업자분들 모두 돈을 많이 벌고, 더 이상 저희 제품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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