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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없고 네거티브만…李는 ‘인파이팅’, 尹은 ‘아웃복싱’”[전문가 관전평]
뉴스종합| 2022-02-22 10:45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배두헌 기자]여야 대선후보 4인의 첫 법정토론은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요약된다. 토론의 주제는 ‘경제’였지만, 정작 깊이 있는 경제정책 관련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양강’ 후보들은 대장동 의혹, 부인 리스크 등 상대의 허점과 의혹을 파고드는데 집중했다. 법정토론은 처음이었지만 실상 3차 토론인 만큼, 두 후보 모두 ‘탐색전’은 건너뛰고 시작부터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전날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후보 TV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관전평을 종합한 결과, 이들은 대체적으로 토론 전반에 대해 낮은 점수를 매겼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전반적으로 공약들이 단어와 문장만 다르지 기본적인 추진 방향은 비슷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변별력이 없었다”며 “경제 관련 토론인데 후보들이 상대방의 공약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약조차 잘 모르고 토론에 임한다는 느낌”이라고 혹평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판을 흔들 만큼 새로운 이슈 없이 기존의 네거티브 요인을 활용한 공방만 주고받았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경제 토론인데 부동산만 나오고 주요 경제정책이나 중장기 개혁과제 얘기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TV토론 중 가장 네거티브 수위가 높았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2주 남짓에 불과한데다 ‘초박빙’이던 양강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각자도생’이 ‘난타전’을 불러왔다는 관측도 있다.

전날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겨냥하자, 이 후보는 즉각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 내용이 적힌 팻말을 꺼내들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

이 후보와 윤 후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최 원장은 이 후보의 공세를 ‘인파이팅’에, 윤 후보의 대응을 ‘아웃복싱’에 빗댔다. 그는 “이 후보가 팻말을 미리 준비하는 등 작심하고 세게 공격했는데 윤 후보가 빙빙 빗겨나가는 바람에 크게 득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굳이 비교하자면 이 후보가 좀 더 나았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가 굉장히 토론을 잘한다고 자부했으나, 콘텐츠 없이 불리한 질문을 회피하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며 “얼굴에 웃음기가 없어 (지지율 열세에) 굉장히 초조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윤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불리한 주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태도가 가장 큰 감점 요소로 꼽혔다.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듯한 모습도 비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알고 얘기해라”, “거짓말이다” 등의 발언을 예로 들며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려는 의사가 없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시간 제약과 동문서답으로 답변이 곤란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양강 후보 모두 피해가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며 “여론조사 1위인 윤 후보는 여러 후보들의 공세에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한 장면이 많았고, 달변가 이 후보 또한 디테일에 있어 막히는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고 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가장 토론을 잘한 후보로 꼽은 사람은 안 후보였다. 엄 소장은 “본인의 과학기술 전문가적 식견을 일목요연하게 토론 내용에 녹이는 동시에 윤 후보와 이 후보를 적절히 공략하며 코너로 몰아붙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최 원장도 “안 후보가 정책적 측면에서 좀 더 보여줬다. 독기를 품은 것 같더라”고 했다.

황 평론가의 경우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가장 잘했다고 본다. 나름 자신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다른 후보들의 어설픈 논리를 깨부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토론 논리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정책 디테일엔 안 후보가 베스트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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