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푸틴, 추가 제재 촉발하는 대규모 침공 대신 우크라 통제강화 장기戰 시나리오 택할 수도”
뉴스종합| 2022-02-24 11:17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이 일촉즉발의 대치 중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의 추가 제재를 촉발하는 ‘대규모 침공’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장기전’ 시나리오를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위기 해결책 가운데 하나론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대신 유럽연합(EU) 회원국 추진이 제시됐다.

23일(현지시간) 유럽안보·러시아 정책 전문가인 알리나 폴랴코바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대표와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서방의 대응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거라며 더 가혹한 조처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의 주권 약화 전략을 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경제 압박, 사이버 공격, 정치체제를 흔드는 쿠데타 시도 선동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이들은 거론했다. 이와 관련,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경제적으로 강타하고 있다고 이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위기로 한달에 20억~30억달러의 비용을 치르고 있고, 전쟁 위협이 고조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포인트 이상 하락한다는 추정(키예프 경제대)을 거론하면서다. 위기 시작 이후 125억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주장했다.

폴랴코바 대표는 장기전 가능성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같은 접근법을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결국 대립에 지쳐 ‘현상유지(status quo)’를 받아들이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폴랴코바 대표는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우크라이나 난민이 국경에 넘쳐나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 걸로 푸틴 대통령이 가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 국민 사이엔 전쟁에 대한 공포가 깊이 박혀 있는데, 경제적 고통까지 합쳐지면 종국적으론러시아에 양보를 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푸틴 대통령이 하고 있을 거라는 추론도 덧붙여졌다.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하려는데 대중이 경제 침체·전쟁 위협에 지치면 러시아의 이익에 더 우호적인 지도자를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고 폴랴코바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 서방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다음 단계의 압박이 경제적 강압을 포함한다면,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경제 회복력 강화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폴랴코바 대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2013년 EU 가입을 요구하며 진행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인 ‘유로마이단’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해 러시아의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엔 러시아가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흑해도 포함돼야 하며 이 지역의 나토 동맹국인 루마니아, 터키가 나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폴랴코바 대표는 “지금까지 푸틴이 집권하는 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러시아나 국제질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면서 “대서양 동맹이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같이 뒷걸음질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지금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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