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개항 이래 한국 근현대 해상물류의 한 축으로 수도권 수출입 화물을 도맡아 처리해온 인천 내항은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외항 시대의 시작과 함께 처리물동량이 점차 감소하면서 그 역할이 축소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국가 발전을 위해 항만의 소음과 분진 등을 감내해온 인접 주민의 2007년 국회 청원을 계기로 내항 1, 8부두를 도시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항만재개발사업이 추진되었다.
과거 인천 내항이 수도권 물동량으로 넘쳐나던 시절에는 수많은 국내외 상선들이 내항으로 입항하기 위해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갑문 통과 순서를 기다리며 문전성시를 이루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항 인근은 수많은 외국인 선원과 젊은이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거리를 활보하여 ‘인천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도심 기능의 재배치, 신도시 개발 등 도시의 환경이 계속 변화하였고 항만이 외항으로 이전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사람과 화물이 빠져나가면서 원도심은 점차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항만 재개발사업의 추진을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여 왔으나 두 차례의 민간 사업자 공모를 시행하고도 참여자가 없어 사업자를 지정하지 못하는 등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사업자로,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참여하는 등 공공이 주도하여 시행하려 하였으나 사업계획에 LH의 주요 사업 분야를 전면적으로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성사되지 않았다. 다시금 지역의 오랜 숙원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항만공사(IPA)는 인천에 기반을 둔 국가 공기업으로서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시민을 위한 공원과 녹지, 광장 등의 공공시설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 숙원사업 추진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협력하였다. 5개월의 기나긴 실무 협상 끝에 지난 3월 3일 협상의 마침표를 찍고 인천항만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면서 내항 1, 8부두 재개발사업은 본격적인 출항의 돛을 올리게 되었다.
재개발 기반공사가 마무리된 후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부두가 넓고 쾌적한 수변산책로가 되어 수많은 시민이 바다를 바라보며 직접 즐길 수 있게 된다. 중앙부와 양 옆으로 해양광장이 들어서고 중간중간 공원과 녹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문화 복합시설에는 각종 콘서트와 전시회 등이 열려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인천항만공사가 사업 시행자로 지정되면서 첫발을 떼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해 보인다.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반공사 착공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아직 인천항만공사가 수립한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 항만업계 등 이해관계자별로 이견이 존재한다. 또한 우리가 꿈꾸고 계획하는 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면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의 통과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호주의 시드니항, 독일의 하펜시티, 일본의 요코하마항 등은 노후한 항만을 재개발하여 전 세계인이 찾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었다. 우리 인천항도 세계적인 공항과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지리적 이점을 생각할 때 모두 함께 내항 재개발의 염원을 모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세계인이 눈을 돌려 새롭게 변모한 인천항을 바라보고 대한민국의 인천을 찾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최준욱 인천항만공사(IP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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