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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의 현장에서] 메타버스 옥석 가리기
뉴스종합| 2022-03-23 11:31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을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메타버스였다. 참가 기업 상당수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XR(확장현실) 기술 등을 적용한 메타버스 기기와 플랫폼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기업 오포나 미국 퀄컴 부스에는 관련 기기를 체험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삼성전자도 이 자리에서 메타버스 기기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2018년 헤드셋 출시 이후 4년여 만이다.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이 메타버스에 열을 올리자 삼성도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든 현재 ‘메타버스 거품론’도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비즈니스모델·사업영역 없이 억지로 끼워 넣듯 메타버스 용어를 활용하고 있다. 아무 관련 없는 채용설명회나 사내 근무에 메타버스를 도입해놓고 이를 ‘메타버스 활용’이라며 홍보하기도 한다. 관련된 스타트업도 쏟아진다.

단순 MZ세대의 놀이감을 넘어 전 연령층의 일상에 스며드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요원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대표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네이버의 ‘제페토’가 대표적인 예다. 이달 초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저연령층인 10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학계도 여전히 메타버스의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는 게임보다는 플랫폼”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그 대상도 특정되지 않았을뿐더러 규제 및 관리할 법령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의는 내려지지 않은 채 시장이 과열되니 플랫폼 내 성희롱·혐오 범죄가 일어나는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현실과 달리 메타버스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메타버스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만 1485억달러(약 179조원)에 달했고 2030년이면 1조5429억달러(약 18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메타버스에 이용되는 AR· VR 기기 산업까지 포함된 규모다. 실제로 초실감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서비스의 활용은 더딘 상황이다.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는 메타버스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건은 더 정교하고 진화한 기술과 콘텐츠다. 가상자산을 비롯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대체불가토큰(NFT)과 같은 메타버스 구성 요소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졌을 때를 고려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다신 꺼질 것 같지 않던 활황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우리는 과거 ‘닷컴 버블’을 통해 목격했다. 당시 스타트업 및 기업들이 무더기로 설립됐지만 일부만 이윤을 취한 채 신기술 열풍은 사라졌다.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보다 책임감 있게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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