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軍, 北 ICBM 발사 대응 합동 미사일 사격 실시
北 ICBM, 고도 6200㎞ 이상·약 1080㎞ 비행
文대통령 “김정은, ICBM 발사 유예 약속 파기”
정부 성명 “北, 한반도 심각한 위협 야기 규탄”
합참은 24일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는 약 1080㎞, 고도는 약 6200㎞ 이상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시험발사한 ICBM 화성-15형 발사장면. 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급기야 ‘레드라인’을 넘었다.
북한은 2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이후 4년 4개월여 만이다.
정부는 북한 ICBM 발사에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미 군 당국은 현무-II를 비롯한 합동 미사일 사격으로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 교체기 속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위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北 ICBM, 1시간 10분가량 비행한 듯=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늘 오후 2시 34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1발을 포착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80㎞, 고도는 약 6200㎞ 이상으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ICBM은 1시간 10분 가량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의 ICBM 발사 동향과 대비태세를 보고 받은 뒤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긴급 NSC 뒤 발표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정부 성명’에서 “오늘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촉구하는 우리 국민들의 여망, 국제사회의 요구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유관국들의 노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우리의 굳건한 군사적 대응능력과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어떠한 위협에도 확고하게 대응해 나가면서 우리 안보 수호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차장은 다만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지역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외교적 해결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북한의 ICBM급 미사일이 약 1100㎞를 비행해 고도 약 6000㎞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합참은 24일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지대지미사일 현무-II 등 합동 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지난 2017년 7월 북한의 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동해안 일대에서 실시한 현무-II와 에이태큼스 동시 발사 장면. 자료사진. [헤럴드DB] |
▶軍 “北 ICBM 발사, 한미동맹 심각한 도전”=군은 북한이 ICBM 발사라는 메가톤급 도발에 나서자 합동 미사일 실사격에 나서는 등 강경대응으로 응수했다.
합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이날 오후 4시 25분께부터 동해상에서 합동 지해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실사격에서는 우리 군의 현무-Ⅱ 지대지미사일 1발과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 1발, 그리고 해성-II 함대지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이 발사됐다.
합참은 이와 관련 “우리 군의 즉각적인 대응 및 응징 능력과 의지를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에는 언제든지 미사일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 등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채 ICBM 발사를 강행한 것은 우리 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현재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격상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 의장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회의를 갖고 상황을 공유한 뒤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번 ICBM 세부 제원에 대해 정밀분석중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 개발을 내세워 성능시험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 또는 기존 개발을 마치고 이미 시험발사했거나 새로운 신형 ICBM일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 때 화성-17형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지난 2017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보다 큰 11축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화성-17형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쐈지만 고도 20㎞에 미치지 못한 채 발사 직후 공중폭발했다.
합참은 북한의 이번 ICBM에 대해서는 정상각도에서 의도적으로 각도를 높인 고각발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시사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북한은 당시 정치국 회의를 통해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것”이라며 지난 2018년 4월 선언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를 철회할 것임을 내비쳤다.
한국과 미국이 앞서 2차례 북한의 신형 ICBM 성능시험 뒤 평가를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사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내 레드라인을 넘으면서 급격한 한반도정세 긴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남측의 정부 교체기와 맞물려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등 안보공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