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 20대 대비 벌써 70% 수준
산자위 480개, 환노위에서만 133개
타 상임위 포함시 규모 더 늘어
전문가 “민주당이 과반 이상 차지 영향 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참석자들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서경원·주소현 기자] 올해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등 21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을 통한 기업규제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입법은 개별 의원들의 자율적인 입법권 행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부입법에 비해 발의 절차가 간소하고 별도 제동장치도 없다는 면에서 제도보완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새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 방침을 예고하고 있지만, 의원입법 발의기준 강화와 법의 질 제고에 대한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많은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21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회기 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해 총 212개(4월 현재)의 기업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이를 통해 탄생한 기업규제수는 480개다. 법안당 평균 2개 이상의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 전체 기간 중 산자위를 통해 제안된 기업규제수만 679개다. 이번 국회는 아직 회기가 반환점도 돌지 못한 상태지만 벌써 500개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이미 직전 국회의 70%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총 133개의 기업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고, 이를 통해 164개의 규제가 마련됐다. 산자위·환노위 두 곳에서만 이번 회기 들어 총 644개의 기업 규제가 나온 것으로 법제사법위원회(중대재해처벌법 등), 정무위원회(공정거래법 등)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 포함시 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산자위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이 총 12건 발의됐고, 이를 통해 총 29건의 규제가 생성됐다. 이밖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안 개정안(법안 7건·규제 10건) ▷산업기술 유출방지·보호법 개정안(법안 4건·규제 7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리법 개정안(법안 10건·규제 13건) ▷소상공인 보호 관련법 개정안(법안 9건·규제 14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법안 13건·규제 30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법 개정안(법안 3건·규제 5건) 등이 산자위서 다뤄지고 있다.
환노위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안(법안 24건·규제 28건)을 비롯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법안 27건·규제 32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법안 6건·규제 11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법안 26건·규제 32건)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법 개정안(법안 5건·규제 4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법안 6건·규제 7건)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법안 4건·규제 4건)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법안 3건·규제 3건)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법안 3건·규제 3건) 등이 신규 규제 법안으로 논의 중이다.
현 21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만 총 21개의 기업규제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이를 통해 탄생된 기업규제는 총 480개로, 이번 국회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지만 20대 국회(산자위 기준) 대비 70% 규모의 신규 규제가 만들어졌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게티이미지] |
이처럼 21대 국회에서 기업 규제법이 쏟아진 데에는 여야 의석수에 큰 차이가 없었던 20대 국회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의석수 균형이 무너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일본의 경우 90%의 의원들은 실력이 없으면 법안을 만들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법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며 “입법이 특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필터링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6개 경제단체 회장들과의 도시락 오찬 회동에서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은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투자도 해야 한다”며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어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을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 따오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새 정부는 여러분이 힘들어했던 부분들을 상식에 맞춰 바꿔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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