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8개월 수사했지만…실체 못 밝힌 ‘고발사주’ 의혹
뉴스종합| 2022-05-05 09:42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8개월 수사하고도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출범 목적에 걸맞는 첫 번째 사건으로 평가받았지만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하고, ‘윗선’의 관여 여부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팀장 여운국 차장)은 4일 이 사건의 ‘키맨’으로 꼽혀온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만 기소하고, 손 검사와 함께 입건했던 다른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하거나 관련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9월 언론의 의혹제기와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수사는 8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검찰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실체에는 근접하지도 못했다.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흘러간 고발장 등 자료에 ‘손준성 보냄’이라고 찍힌 내용이 확인됐던 손 검사만 기소됐을 뿐, 대검 윗선의 관여 여부나 검찰의 조직적 범죄 정황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조사조차 시도해보지 못했다.

공수처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손 검사를 기소했다. 하지만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 등 자료를 직접 전달했다고 보면서도 그에 앞서 해당 고발장을 작성한 인물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번 수사 결과만 보면 전체 의혹 중 ‘손 검사→김웅 의원’으로 연결되는 부분만 혐의점을 자신하고 나머지는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김 의원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공모관계를 인정하긴 했지만 당시 김 의원이 검사 퇴직 후 총선 준비를 하던 때여서 해당 부분을 직접 기소하지 못하고 검찰로 넘겼다.

이제 공수처로선 손 검사에 대한 재판 대비에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혐의 보강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손 검사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후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대선 국면과 손 검사의 지병 등으로 추가 수사를 하지 못했다. 구속영장 단계 혐의도 소명하지 못했는데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야 하는 셈이다. 공소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에서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재판에선 손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이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경우 김 의원을 통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건네진 고발장과 유사한 내용의 고발이 2020년 8월 이뤄졌는데, 총선은 그보다 앞선 4월에 있었다는 점에서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고발장 등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인력 여건상 수사 검사들이 공판에 관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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