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정부 수용률 9.8%와 다른 길 걷나
올 규제개혁 체감도 95.9 “불만족 우세”
규제는 ‘창업’ 족쇄…신생기업 비중 격감
개혁 1호는 “해외수익, 법인세 안 물린다”
“모호하다 비판” 중처법 시행령 개정 추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가급적 빨리 푸는 노력을 하겠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래주머니 벗겨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른바 ‘추경호식 규제개혁’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경영계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노력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규제개혁 체감도는 95.9로, 지난해(92.1)에 비해 상승했지만 불만족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개혁 체감도는 전년도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해 기업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불만이 큰 건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제출한 규제개혁 건의사항은 모두 51건으로, 일부 수용을 포함해 수용된 과제는 5건이 전부로 수용률은 9.8%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규제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상품시장규제지수(PMR)는 2018년 기준 1.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2)을 웃돌았고 순위는 OECD 조사 대상 37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특히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규제가 ‘창업’까지 가로막는 허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국내 전체 기업 중 신생 기업 비중은 2002년 19.0%에서 2018년 11.7%로 감소했다.
전 세계가 ‘공정한 노동 전환’에 가속화하는 반면 우리 산업계엔 부담이 가중되면서 고용 감소 등 사회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개인 간 대출을 연결해주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에 가로막히면 22만명에 달하는 취업 유발 감소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 정부는 기업이 불만을 표출했던 각종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경호식 규제개혁의 ‘1호’는 법인세 제도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기업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지 않는 식으로 법인세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현지와 국내에 두 번 세금을 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쌓아놓고 있는 수조원대 유보소득의 국내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해외에만 법인세를 납부하면 돼 세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법인세 과세 체계를 기존 ‘거주지주의’에서 ‘원천지주의’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대기업의 경우 미국에서 거두는 소득에 대해 4%포인트만큼의 법인세를 덜 내게 되는 셈이다. 주요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미국 21%, 영국 19.0%, 독일 15.8%, 일본 23.2% 등으로, 대부분 우리보다 낮다. 해외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이를 국내에서 기술 개발을 촉진하거나 고용을 확대하는 데에 쓰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모호한 규정 탓에 기업들이 규제개혁에 불만족하는 첫 번째 이유(27.3%)로 꼽은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먼저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이행계획서에는 2024년 상반기 ‘안전보건 관계법령’을 정비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안전보건 관계법령은 중대재해법에서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중 하나다.
한편 경영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 정책과제로 총괄 규제혁신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보면, 총괄 규제혁신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응답이 52.0%로 가장 많았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