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영상]“청와대 보러 새벽 첫 차 탔다, 후회 없다”[르포]
뉴스종합| 2022-05-16 11:49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새벽 첫 차 타고 왔는데요. 절대 후회 없어요."

지난주 서울 종로구 청와대 경내를 둘러본 40대 김모 씨는 "하루 첫 일정을 청와대 산책으로 보낸다는 게 꿈만 같다"며 "생각보다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아 2시간으로는 부족했다. 그 전주 어린이대공원에 반나절간 있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그만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청와대 개방이 시작된 지난주 이른 오전 청와대를 다녀왔다. 추첨에서 당첨돼 얻은 기회였다.

오전 7시 청와대 정문에 들어서자 본관 청기와의 은은함과 북악산의 상쾌함이 다가왔다. 관람객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특히 20·30세대가 생각보다 더 많았다. 처음 입장하면 지도가 그려진 안내 책자를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곧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청와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원율 기자]

햇빛을 점차 넓게 받고 있는 청와대 경내는 고요했다. 곳곳 있는 정원에선 풀벌레 소리가 들렸고, 연못 안에서도 막 태동하는 생명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북악산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은 선선했다. 드넓은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색 팔작지붕은 관람객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입장 내내 관람객은 "멋있다", "좋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곳곳에서 카메라 셔텨음도 들려왔다.

자신을 60대로 소개한 한 관람객은 "원래 정원 같은 곳은 올라오는 해랑 함께 봐야 진짜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본관이었다. 본관은 전통적 궁궐 양식을 외형 삼아 청기와를 얹은 형태였다. 흰색 벽체와도 어울렸다. 이곳은 청와대의 중심이자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공간이다. 곧 '인증샷'을 찍기 위한 줄이 생겨났다. 직장인 이모 씨는 "서촌과 북촌 등 올 때마다 청와대는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기대보다 훨씬 잘 꾸며져 있다"고 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본관에서 동쪽으로 약 5분쯤 가면 볼 수 있는 대통령 관저도 인기 장소였다. 성인 걸음으로 10분 정도였다. 관저로 가는 길에는 744년 고목이 있는 수궁터도 볼 수 있다. 옛날 경복궁을 지키던 수궁들이 있어 수궁터로 불렸다고 한다. 관저는 팔작지붕의 겹처마에 한식 청기와를 얹은 'ㄱ자형' 지붕 형태였다. 관저에선 대통령과 가족들의 사적 공간인 본채와 사랑채인 청안당 등이 눈에 들어왔다. 청안당은 '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본관 서쪽에 자리 잡은 영빈관은 주로 외국 대통령 등 국빈이 방문했을 때 공식행사를 하는 곳이었다.

근처에선 1900년대 초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전통가옥 침류각을 볼 수 있다. 침류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국내외 귀빈들의 비공식 회의가 이뤄진 상춘재도 볼 수 있다. 상춘재 앞으로는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녹지원이 있다. 120여종 나무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식수가 있는 곳이다. 한 어린이는 함께 온 부모님에게 들뜬 목소리로 "이곳에서 수건돌리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령이 150년에 이르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더 밑으로 가면 헬기장이었던 잔디밭,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던 춘추관을 볼 수 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상춘재 뒤편에 있는 작은 연못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적당한 속도의 걸음걸이로 둘러보니 1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걷는 길과 통로 곳곳에도 잘 꾸며진 정원과 의자가 있는 만큼, 더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더 길게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을 듯했다. 함께 온 사람들은 경내를 자유롭게 즐겼다. 대한민국 권력의 역사가 함축된 공간은 어느새 시민들의 공원이 된 느낌이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청와대의 면적은 25만㎡가 넘는다. 주요 건물도 10개 가까이 된다. 문화재청이 추천하는 경로는 정문과 영빈문, 춘추문에서 출발하는 세 종류다. 각각 50~60분 정도 걸린다. 코스와 상관없이 경내 산책로를 둘러보면 도보로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다만 아직 건물 내부는 둘러볼 수 없다.

대구에서 온 이모(34) 씨는 "이곳에 오기 위해 전날 명동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신문에서만 보고 실제로는 상상만 했던 곳인데 직접 와서 보니 더 새로웠다"고 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다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청와대 측에서 마련한 주차장은 없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있다. 근처 공영주차장이 몇 곳 있으나 대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이날 오전 6~7시께 일대 공영주차장을 둘러봤을 때는 비교적 자리가 여유롭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와대 경내 모습. [이원율 기자]

한편 서울시는 지난 10일 청와대 개방 후 일대 하루 방문객이 약 4만명(11일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방 이전 1600명에서 25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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