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일 발표한 ‘2022 상반기 경제 전망’은 충분히 예상된 내용들이지만 충격이 적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임에도 지금껏 발표된 전망 중 가장 비관적인 수치들을 내놓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불안하고 불확실한 변수들이 워낙 많아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KDI는 올해 국내 물가가 4.2% 오를 것으로 봤다. 2.2%라는 정부의 공식 전망치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보다 무려 2.0%포인트나 높다.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4%대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8%를 오르내리는 선진국에 비해 별로 나을 게 없다. 우리는 물가 산정에서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포함시키면 2.5%는 족히 올라간다. 6~7%대 물가라는 얘기다. 지갑 얇아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성장률 전망은 그나마 좀 낫다. KDI는 2.8%로 예상했다. 종전보다 낮췄지만 0.2%포인트 정도다. 크지 않다. 정부 전망 3.1%와도 격차가 0.3%포인트에 불과하다. 문제는 성장의 동력이 수출에서 소비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 증가다. 위축됐던 게 회복되는 수준이다. 그런 소비는 금리가 올라가고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언제나 위축될 수 있다. 불안하다는 얘기다.
내년 전망도 마찬가지다. 물가는 올해 정점을 찍은 후 점점 내려가 내년 하반기쯤 물가안정 목표인 2% 근방에 도달 할 것으로 보았다. 교역 조건도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역시 올해(500억달러)보다는 나아져 6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부분 희망 사항이다. 언제나 글로벌 공급망과 유가의 정상화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만사휴의다.
KDI는 코로나19 위기로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표현은 정상화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세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재정 확대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처럼 공격적일 필요는 없지만 금리 인상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쯤되면 경제 비상시국이다. 저성장·고물가로 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길목이다. 단순한 대응으로는 안 될 일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경제정책과 운용은 좀 더 공격적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재정이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길은 규제개혁이다. 저임금보다 생산차질이 심각해진 해외 진출기업의 리쇼어링 유인에 지금보다 적기는 없다. 열쇠는 집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