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블룸버그 캡처]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50조원이 날라갔는데, 또 상장해 달라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50조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 가상자산 ‘루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측이 ‘루나 2.0이 발급될 시 재상장해 달라’며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일제히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경의 수사 대상이 된 권 대표는 현재 싱가포르 본사와 자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등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금융·수사 당국과 여론의 화살이 권 대표를 향하는 만큼 국내 거래소는 테라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 측은 ‘테라 네트워크의 재탄생’이라는 제목의 투표를 부친 이후 약 일주일간 국내에서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5대 거래소에 “루나 2.0을 상장해 달라”고 연락했다. 연락책으로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활용했으며 연락 주체는 싱가포르에 주재하는 테라폼랩스 직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라 측과는 평소에도 전화보다는 e-메일로 주로 연락했다”며 “단 이번의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은 거래소에서 상장을 담당하는 실무진 1~2명의 텔레그램을 통해 진행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제안이 25일 오후 4시 현재 81%의 투표율, 67.28%의 찬성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테라스테이션 갈무리] |
‘테라 생태계 복원계획’은 권 대표가 새로운 코인을 발행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는 골자의 제안이다. 권 대표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기존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테라 클래식’으로 기존 루나는 ‘루나 클래식’으로 명명한 뒤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을 탄생시키자”며 블록체인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역할을 하는 검증인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부쳤다. 25일 현재 총 투표율은 80.99%, ‘찬성’이 67.27%로 압도적으로 높아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연락을 받은 국내 거래소들은 테라폼랩스 측의 부탁에 대해 “상장을 원한다면 공식적인 상장 절차를 밟으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검찰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가운데 경찰까지 나서 테라폼랩스 내부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한편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는 코인원을 제외, 가상자산 루나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전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루나 사태 발생 전 6일 기준, 국내에서 루나를 보유한 이용자 수는 약 10만명으로, 보유 수량은 317만개에 달했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