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갈등 해결 기대감에 현장에선 “사업 속도”
택지비 산정 문제 두고서는 “근본적 해결 필요해”
지난 21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서울 양천구 길훈아파트. 유오상 기자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정부가 분양가에 자재비 인상분을 반영하고 택지비 산정 과정을 투명화하는 등의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현장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그간 논란이 됐던 공사비 상승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택지비 차이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길훈과 신안파크, 우정아파트 등 870여가구 단지는 정부 발표가 있던 지난 21일 재건축을 위한 정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기대감에 더해 재건축에 부담이 됐던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정비사업에도 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단지가 노후화된 상태에서 정부의 제도 개편이 맞물려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추진위 관계자도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공사비 상승이 문제가 되며 사업이 중단된 다른 단지를 보며 걱정도 있었지만 정부가 상한제 개편에 나서면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현장에서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 발표에 대해 “조합 부담을 덜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서초구의 한 조합 관계자는 “최대 4% 정도라고는 하지만 시공사와 갈등이 불가피한 조합으로서는 어느 정도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둔촌주공과 같이 극단적 파행을 겪을 위험은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발표를 두고 “정말 중요한 택지비 산정 부분은 건들지 않고 재건축사업 파행을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구도만으로 바라본 것은 잘못”이라는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에서 택지비와 공사비가 모두 포함되는데 공사비의 비중은 특히 서울에서 일부에 불과하다”며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 산정 기준을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 역시 “협회에서는 정비사업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는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민간 정비사업에 통합 심의 도입 등이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택지비 문제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가 구성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세부 운영 기준 등이 나와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양극화가 극심해진 지방 정비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부동산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지방의 경우, 공사비만 계산하더라도 기존 아파트 가격을 뛰어넘는 등 부동산시장 자체가 망가진 상황이기에 지금 대책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존 부동산시장을 회복해야 정비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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