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이탈리아 경제 부흥의 상징"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애도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회장. [EPA]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오클리'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안경제조업체 '룩소티카'의 창업자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회장이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7세.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델 베키오 회장은 지병으로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룩소티카는 성명을 통해 "델 베키오 회장이 별세했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드린다"며 "이후의 관련 절차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보유한 룩소티카 지분 32%와 그외 다른 금융·투자 자산의 상속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슬하에 여섯 명의 자녀를 뒀으나 공식적으로 상속자가 지정돼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델 베키오 회장은 맨손으로 '안경 제국'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35년 밀라노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보육원에 맡겨지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열네 살에 한 염료업체 수습공으로 취직하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주경야독'의 고단한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1961년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군을 낀 마을 아고르도에서 룩소티카라는 작은 안경테 납품사를 설립하며 인생 역전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룩소티카는 현재 세계 최대·최고의 안경 전문제조업체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에 있다. 창업 당시 14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올해 현재 18만 명에 이른다. 단순한 안경테에 이탈리아 디자인을 입혀 명품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델 베키오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집계 기준으로 약 250억 유로(약 34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이탈리아 최대 부호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현지 언론에선 그를 전후 이탈리아 경제 부흥의 상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어떻게 이러한 제국을 만들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무엇을 하든 항상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것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델 베키오 회장의 별세 소식에 각계 인사의 조의도 이어졌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성명에서 "가난을 딛고 이탈리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를 만들고 60년 이상 국가산업을 선도했다. 그는 훌륭한 이탈리아인이었다"고 애도했다.
1980년대부터 룩소티카와 협업해온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도 "우리는 단순한 기능적 물품인 안경이 필수 패션 액세서리가 될 수 있음을 즉각 인지했다.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현상을 함께 창조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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