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출 부담 줄이기 ‘올인’…업권별 밥그릇 싸움 안통한다
뉴스종합| 2022-07-11 10:01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이나 커진다. [사진=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금융당국에 이어 정치권도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에 ‘올인’하고 있다. 한동안 폐기됐던 대환대출플랫폼에 이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고정 및 변동금리 다변화, 만기연장 확대 등 ‘대출 패키지’가 동원될지도 관심사다. 경제 현안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를 인사청문회 없이 직권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책 속도는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대환대출플랫폼 다시 시동,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도 불붙나

대출부담 인하의 첫 타자로 논의되는건 대환대출플랫폼이다. 대환대출플랫폼은 비대면을 활용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다. 당국에서는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인프라를 빅테크 플랫폼이 연결해 이용하는 방안을 구상을 했으나, 은행들이 빅테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여기에 플랫폼에 은행 대출 상품을 안내할 때 핀테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건당 2% 안팎으로 논의했는데, 이 부분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컸다.

논의가 다시 불지펴진건 여야가 일제히 대환대출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즉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기존 대출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신규 대출기관에서 원스톱으로 대환대출을 실행하는 대환대출플랫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6일 금융당국, 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대환대출플랫폼 간담회를 갖고, 원스톱 대환대출 시스템 구축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금융당국 등에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로 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번에는 여야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대환대출플랫폼을 밀어부치고 있어 은행들이 버티기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핀테크와 같이 하기 싫은건 사실이라 이 부분을 간담회에서도 밝히긴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 압박에 금융위원회 또한 업권별 이해관계를 좁히기 위해 재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가능성 제로(0)’라고 일축했던 것과 다른 태도 전환이다.

대환대출플랫폼 논의에 불씨가 붙으면서 후속 대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위는 업권 관계자들과 만나 서민 대출 부담을 줄여야한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표명해왔다. 지난달에도 금융지주 총괄 부사장들을 모아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며 “비올 때 취약 차주들의 우산을 뺏지 말라”고 밝혔다.

특히 대환대출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논의도 불가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지속적으로 대환을 시키면 될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달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생우선실천단 가계부채대책팀 간담회에서 “각 업권의 대표들께서 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기대하고 금융권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방향도 검토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우 한다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며 “정확히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은행 아니면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정-변동 금리 다변화, 만기연장 확대

이밖에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다변화된 고정-변동 금리 상품 출시, 만기연장 확대 등 금리인상기 금융소비자의 대출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금융위에서는 수차례 업권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20일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이번엔 은행들이 비 올 때 우산을 넓게 펴는 포용적 금융으로 국민을 위해 나설 때”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이같이 큰 틀에서 가이드를 제시한 것을 반영해 은행에서도 이자 간접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과 서민 금융 지원 대출에 대해 각각 최대 1%포인트의 금리를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최근 취약차주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주담대 금리상한을 정하고 정책상품인 금리상한 주담대 가산금리를 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금리상한 주담대 가산금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다양한 금리 상품 출시를 대출 부담을 낮추는 방안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혼합(고정)형 주담대는 3년, 5년, 7년 등 일정 기간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받는데 이를 보다 다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완전 고정은 아닌 상품도 생각을 해보고 고정금리 중에서도 분류를 나누거나 만기 연장 등도 (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라며 “여러가지 대안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위가 추진한 금리 공시 주기 단축도 가계 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의 연장선이다. 이형주 국장은 해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대책이 예대금리차가 적정 수준 이상 확대되는 걸 제어하는 수단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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