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확고한 개헌선’ 구축한 日보수…눈여겨볼 포인트 셋
뉴스종합| 2022-07-11 11:38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며 승리했다는 소식이 11일 도쿄에서 배달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연합]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더 짙어졌다. 일본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기시다 총리의 간판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 등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쟁 가능한 국가’에 한 발짝 더=헌법 개정 지지세력인 자민당(119석), 공명당(27석), 일본유신회(21석), 국민민주당(10석), 일본공산당(11석) 등은 개헌 발의가 가능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넉넉하게 넘었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고자 한 아베 전 총리의 ‘유훈정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일본공산당을 제외하고도 개헌세력 4개 정당의 의석 수가 선거 전 3분의 2 턱걸이 수준에서 이번 선거(177석)로 크게 웃돌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 및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등으로 일본 내 안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의 헌법 명기 ▷긴급사태 조항 창설 ▷참의원선거 합구(合區) 해소 ▷교육환경 충실 등 개헌안 4개 항목을 과제로 내걸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약으로 삼았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 현지 방송에 출연해 “(개헌) 발의를 위해 3분의 2 결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국회에서 중의원 헌법심사회가 과거 최다인 16회 열린 것을 염두에 두고 “오랜만에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3분의 2가 모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헌 논의를 향해 여야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 핵심은 자위대의 헌법 명기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켰던 일본의 패전 후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력 불보유 등은 일본 자위대의 존재가 위헌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다만 한국, 중국 등 동북아국가와의 관계, 개헌세력 내에서도 각 당이 입장 차가 약간 다른 점 등으로 기시다 총리 임기 내 개헌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시하다.

중국 언론도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결과에 주목했다.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环球时报)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헌법 개정 과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고, 중국 국영 신화통신도 “개헌세력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며 개표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기시다 ‘황금시대’ 열려=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내고 자민당 내 ‘아베파’를 이끌며 강경파를 대변하던 아베 전 총리가 변고로 세상을 뜨면서 집권당 내 정세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0일 밤 자민당 본부 개표센터에서 기시다 총리는 당 간부들과 나란히 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묵념부터 했다. 이후 후보자 이름이 적힌 패널에 당선 확정자가 나올 때마다 분홍 장미를 붙였다. 선거 결과 대승에도 기시다 총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엷은 미소만 띠며 승리를 기뻐했다. 그는 NHK, 도쿄FM 등 방송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에 “(유고 전과) 유사한 정권 운영을 생각하면 결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의 부재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 존재감이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5년 7월 이전에 대형 선거가 없어 앞으로 3년간 기시다 1인 독주의 ‘황금시대’가 펼쳐진다.

현지 매체들은 방위력 강화를 위한 재원 조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과 경제방역 등을 과제로 꼽았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간판 정책 ‘새로운 자본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서두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임금인상, 자산 배분, 공적 의료 체계 강화, 출산·육아 강화 등 자산 격차 해소와 복지 강화를 위한 내용이다. 기시다 총리는 여기에 에너지 가격 억제, 농산품 가격 상승 억제, 전기료 부담 경감대책 검토에 나선다. 일단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일단 8월에 내각 개편, 당 간부 인사를 실시해 새 진용을 꾸린다.

▶여성 당선 역대 최다=이번 선거에선 여성 후보 35명이 당선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참의원선거 전체 125석 중 28%가 여성에게 돌아갔다.

보수적인 일본 정치계에서 참의원선거에서 여성 의원 당선은 3년 전과 6년 전에 각 28명이 최다였다. 이번 선거 여성 후보는 181명, 후보자 전체의 33%였다. 자민당 현직 의원이자 여성 아이돌그룹 ‘스피드(SPEED)’ 멤버였던 이마이 에리코(38) 의원도 참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스피드만큼 스피드감 없는 당선 결과가 됐다. 앞으로 정치가로서 스타트한다. 제대로 마주해 앞으로의 6년을 노력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민당 비례대표로 현직 후쿠시마 미호(66) 당대표가 사민당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그는 “1석 확보로 기쁘다. 더욱 약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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