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조선시대 표준시계 ‘자격루’ 비밀 풀렸다
뉴스종합| 2022-07-14 13:15
동판과 구술방출기구의 결합모습.[수도문물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전기 자격루의 핵심부품으로 동력전달과 시각조절 장치인 ‘주전(籌箭)’에 대한 비밀을 풀고 이를 복원(설계)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조선왕조실록에서 문헌으로만 전해져 베일에 쌓여있던 ‘주전’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됐다.

자격루는 세종대왕 때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물시계로 조선의 표준시계다.

자격루는 외형적으로 두 개의 대형 장치가 결합되어 보이는데, 하나는 물의 양과 유속을 조절하는 파수호와 수수호가 있는 수량제어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시보 부분이다. 이때 수량에 따라 일정한 시각마다 구슬을 방출시켜 동력 전달 및 시각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 복원한 주전시스템이 바로 수량제어장치와 자동시보장치를 연결하여 자격루 표준물시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동력 전달 및 시각조절 장치다.

주전시스템은 수수호 안에 있는 부전인 주전죽(籌箭竹)과 그 위에 있는 방목(方木), 방목 속 좌우에 설치되는 2종류의 동판(銅板),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방출기구로 구성된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은 국립중앙과학관의 기본연구과제인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籌箭) 전시품 개발’연구를 통해 주전의 원형을 588년 만에 새롭게 복원(설계) 할 수 있었다.

2021년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동판과 구슬방출장치의 유물을 바탕으로, 흠경각 옥루를 복원한 바 있는 윤용현 과장이 주축이 되어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 박사, 민병희 박사, (재)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이 함께 자격루 주전시스템 복원설계에 성공했다.

조선에서는 하루 12시(時)를 알려주는 정시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밤 시간이 되면, 그 길이를 5등분하여 5경(更)을 만들고 경(更)마다 다시 5등분한 점(點)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를 경점법(更點法)이라고 한다. 밤시간을 25등분한 시각체계는 절기마다 변하는 부정시법인데, 누주통의(漏籌通義)는 이러한 밤 시간을 알려주는 지침서다.

출토된 동판과 구슬방출기구 유물은 경점용 주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주전 사용법을 설명한누주통의와 비교, 동판 유물은 명문이 표시된 ‘일전(一箭)’ 이외에도 ‘3전’과 ‘6전’에 해당되는 주전이 함께 출토된 것임을 밝혀냈다.

주전시스템 중종보루각 적용 조감도.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또한 발굴된 경점주전인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를 보루각기 내용과의 비교, 함께 출토된 일성정시의, 금속활자, 총통, 동종의 제작시기 고려,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인 보루각 자격루와 흠경각 옥루의 구조를 고려하여 출토 주전유물의 제작 시기를 1536년 중종 보루각의 주전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한국과학기술사관 리모델링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복원 자격루를 이관한 뒤 이번에 연구된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시스템을 적용하여 보다 원형에 가까운 복원 자격루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주전의 과학원리 이해를 위한 체험형 전시품 개발을 통해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과학 유물을 발굴한 성과에 이어, 미제로 남아있던 자격루의 주전시스템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면서 “향후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자격루의 구슬신호 발생에 대한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께 보여 줄 수 있는 전시기법을 강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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