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러, 동유럽 석유공급 중단…‘교통비’는 우크라에 직접 내라
뉴스종합| 2022-08-10 09:18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스자하롬바타에 있는 드루즈파 송유관의 도착점이다. 이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 원유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까지 수송된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국제유가의 하락 안정화 추세 속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로 가는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며, 나토 회원국 30개국 중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 안을 아직 처리하지 않은 7개국 중 일부다.

러시아가 동유럽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럽연합(EU)의 대(對)러 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원유를 지렛대 삼는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로 향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공급 중단은 지난 4일 오전 6시 10분에 이뤄졌다.

트란스네프트가 밝힌 공급 중단 이유는 우크라이나 측 석유 전송업체인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지불한 8월 선불 대금이 유럽연합(EU)의 제재 탓에 트란스네프트 계좌로 반환됐다는 것이다. 송금은 7월 22일, 반환은 7월 28일 이뤄졌다.

이로 인해 엄밀히 얘기해 우크라이나 측이 원유 공급을 중단했으므로, 유럽 국가는 필요하면 우크라이나에 직접 ‘교통비’를 지불하라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내륙국가인 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는 해상 운송을 통한 원유 확보가 어려워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매우 높다. 드루즈파 송유관 남부 지점을 거쳐 이들 3국에 공급되는 원유는 연간 1500만t에 이른다. 헝가리행(行) 지난 7월 원유 공급 중 거의 절반인 135만t이 이 경로를 따랐다.

헝가리 에너지기업 MOL과 슬로바키아 송유관 운영업체 트랜스페트롤은 운송 요금 지불 문제로 며칠 동안 원유 수송이 중단 상태라고 확인했다. 두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9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협력사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체코는 폴란드를 경유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대체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용량은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즈파 송유관 북부 지점인 벨라루스를 거쳐 독일, 폴란드로 가는 원유 수송은 원활하다고 트랜스네프트 측은 밝혔다.

코메르산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가까운 시일 안에 결제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의 원유 구입처는 수송료를 자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국가가 벨라루스 또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러시아 원유를 받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경유지 수송 대금을 대신 지불하는 현재 시스템은 옛 소련시대에 구축됐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소식통들은 현 상황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원유 의존도를 끊지 못하는 헝가리에 대해 보복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동유럽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드루즈파 송유관을 지렛대 삼은 것으로 180도 달리 본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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