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피의자 사망 ‘공소권 없음’ 종결 개선 필요, 피해자 고려해야”
뉴스종합| 2022-08-20 09:11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피의자가 수사 과정 중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20일 한국형사정책학회의 형사정책 7월호에 한민경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와 정다연 서울 서초경찰서 경위는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한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관행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현재 피의자가 수사 도중 사망하면 경찰은 통상 수사를 중단하고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송치 또는 불기소 처분한다. 공소권 없음은 사건을 진행할 소송 조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검사가 내리는 불기소 처분의 하나다.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에서 범죄 사실이 입증 되지 않아 내리는 무혐의 결정과는 다르다.

저자들은 ▷피의자 사망에 따른 무조건적인 수사종결 관행은 실체적 진실 발견의 의무를 다하지 못못한다는 점 ▷내사와 수사의 효용성을 약화시킨다는 점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사 종결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 결정으로 여겨지지만 처벌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피해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수사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 종결 관행은 피의자 생존 시 진행됐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연결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 과정에서 피의자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의사는 미처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형사소송법의 입법 목적인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의무를 저버리는 것을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저자들은 이런 수사 종결 관행이 여죄나 공범을 발견할 기회를 차단하고 피의자 사망 원인에 대한 규명 가능성 역시 차단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및 협조 조하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현행법이 피해자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의자 사망 시 수사 종결로 인해 피해자가 수치심과 자괴감 등 정신적 피해를 입지만, 범죄 피해자라는 지위가 명확히 주어지지 않아 경찰의 보호나 기관을 통한 제도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서다.

저자들은 영국의 피해자 재심사 요구제를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는 ▷사망한 피의자가 해당 용의자에게 범죄행위를 교사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가 있는 경우 ▷사망한 피의자가 다른 용의자와 함께 행위를 분담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경우 ▷사망한 피의자에 대해 고소인이 주장한 증거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에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경찰 자체 수사가 가능하다.

저자들은 이런 영국 사례를 참고해 ‘경찰수사규칙’ 및 ‘입건 전 조사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 개정, 경찰수사심의위원회 활용 등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경우 ▷피해자·피의자 측이 수사에 대한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를 피의자 사망 시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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