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박상현의 현장에서] 법무장관의 ‘태도’보다 중요한 것
뉴스종합| 2022-08-30 11:21

“어디 그따위 태도를” “저는 그따위라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눈 대화의 한 장면이다. 두 사람 사이 충돌은 짧게 반복해서 지나갔다. 당시 법사위에서 이뤄진 질문과 답변 대부분은 검찰 수사권 제한 대응을 위한 법무부의 시행령 관련이었다. 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자 야당 의원들은 맹공을 시작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시행령 개정은 꼼수’라는 말에 한 장관은 “위장 탈당이나 회기 쪼개기가 꼼수”라고 맞섰다. 검찰 수사권과 상관 없는 한 장관의 ‘태도’ 얘기까지 나온 이날 법사위는 정쟁으로 시끄러웠다. ‘태도’를 두고 벌어진 설전은 법무부의 시행령만큼이나 회자됐다.

국회의 초점이 ‘수사범위’나 ‘태도’에 맞춰지고, ‘헛발질’ ‘전투력’ 따위의 후기가 떠오르면서 정작 주목받아야 할 형사사법 시스템의 구멍은 묻히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담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가 그것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직접 고소가 어려운 장애인 학대, 아동학대, 성 착취 범죄 등의 피해자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억울함을 풀 기회가 사라진다. 고소장은커녕 글을 쓰거나 말을 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피해를 대신 고발하는 이들에게 있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기회는 단 한 번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 또한 그 한 번의 기회조차 복잡해진 형사 절차로 ‘언제 풀어줄 수 있을지’ ‘과연 풀어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문제는 현행법상 시행령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최근 법무부는 송치 사건의 ‘직접 관련성’ 개념과 범위를 규정하는 식으로 이의신청 사건 검찰 직접 수사에 대한 우회로를 열었다. 직접 관련성을 넓게 해석하면, 이의신청으로 검찰로 송치된 사건의 직접 수사도 가능하게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로, 고소인의 이의신청 사건만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시행령이 ‘검수완박’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착시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같은 문제는 헌재만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검찰 수사권 제한 대응을 위해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의 공개 변론은 개정법 시행 후인 9월 27일에나 열린다. 법이 시행되면 고발인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 전까지 경찰의 사건 종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와 검찰이 하면 되고, 나는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쓸랍니다.”

검찰 수사권 제한 법안 통과를 두고 국회가 시끄러웠던 지난 4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 수사권 제한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말대로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과 헌법재판 등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관건은 헌재가 쥐게 됐다. 헌재의 빠르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po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