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팀장시각] 검찰 수사와 론스타
뉴스종합| 2022-09-01 11:26

2008년 2월 1일, 대검 중수부 론스타 수사팀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도장을 가져오라’는 통지를 받는다. 이날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심리로 유회원 론스타 대표에 대한 주가 조작 사건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수사팀은 유 대표의 법정 구속을 직감한다. 당시 론스타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13명을 내세웠다. 공판에는 검사 2명이 주로 투입됐다. 유회원 론스타 대표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냈던 국제투자분쟁(ISDS)이 10년 만에 일단락됐다. 론스타는 애초 6조원대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실제 인정된 금액은 2800억원으로, 약 4.6%에 그쳤다. 론스타는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나라 상황을 활용해 돈벌이를 한 미국계 헤지펀드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원대 차익을 봤다.

론스타는 이 매각 과정이 우리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지연됐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주주 적격성을 따지기 위해 불가피한 절차였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ISDS 판정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검찰 수사 결과였다.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맡았던 론스타 수사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강원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기서 끝났다면 아마 론스타 ISDS에서도 일방적인 구도가 형성됐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수사와 재판을 했고, 이 때문에 매각 절차가 지연됐다’는 논리에 할 말이 없어져서다.

반전은 론스타의 주가 조작 혐의를 찾아내면서 생겼다. 대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는 정황을 찾아냈다. 유회원 대표는 1심 징역 5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고, 최종적으로 2012년 2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된다.

여기서 주가 조작 정황을 찾아낸 게 현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검사였다. 평검사였던 그가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주가 조작 혐의 활로를 열었다. 현장에서 압수수색이 불발될 뻔한 위기에서 증거물을 확보한 게 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인 조상준 검사였다.

2800억원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주가 조작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면 그동안 론스타와 6조원대 배상금을 둘러싼 분쟁에서 방어논리를 펴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엔론 사태’에서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와 재판 대응TF를 꾸려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금융범죄는 갈수록 발달하고, 자본권력을 견제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70년 동안 쌓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증발시켜야 하는 이유가 뭘까. 중대범죄수사청이 생기면 그나마 남은 특정 분야 수사권도 검찰에서 박탈될 예정이다. 9월부터는 수사검사가 기소를 하지도 못한다. 공부한 학생 따로, 답안지를 써내는 학생이 따로인 채 시험 보는 것과 다름 없다. 론스타 사건에선 수사·기소 검사였던 이동열 전 검사장과 한동훈 현 법무장관이 직접 공판에 참여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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