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팀장시각] 바이든의 여당 활용법과 尹의 용인술
뉴스종합| 2022-09-06 11:0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세가 요즘 나쁘지 않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정인 민주당에 표심을 모으려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지난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 연설에서 그는 정치·경제 현안을 놓고 속사포처럼 의견을 쏟아냈다. 논리는 간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부 극단주의 공화당 지지층이 벌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활동이 민주주의에 위협이라고 우선 강조했다. 자신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홍보도 했다. 야당을 견제하고 당정의 능력을 각인시킨 것이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오늘 한 노동절 연설도 비슷했다.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진다고 단언하는 대목에선 5월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가 잘 갔다’고 농담한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뚝심 있게 보였다.

그는 사지(死地)에서 귀환했다. 고(高) 인플레이션 탓에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중간선거에 나선 후보는 바이든의 지원 유세에 손사래를 쳤다. 여론도, 당도 예수를 부인한 유다처럼 바이든을 등졌다. 그런 그가 동력을 얻은 건 IRA 등 주요 법안이 완성돼서다. 정치는 말로 하지만 통치는 정책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빌 언덕을 확보한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는 ‘여당 속 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었다. 애초 바이든은 ‘더 나은 재건’ 법안으로 3조5000억달러의 예산을 쓰려고 했다. 맨친이 제동을 걸었다. 돈 퍼부으면 국가 재정은 거덜난다는 이유였다. 바이든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겠지만 맨친을 배척하지 않았다. 규모를 7400억달러로 확 줄인 결과, 공화당의 협조도 얻었다. 바이든은 6일 백악관에서 IRA 발효를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 한국 등은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한 이 법에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국익과 표를 모두 잡을 계기를 마련한 바이든은 동맹국의 호소도 당분간 미결(未決)로 남겨둘 공산이 크다.

정치 초보인데 협치를 걷어차려는 윤 대통령은 바이든의 ‘진심의 기술’을 살펴봐야 한다. 비정한 워싱턴 정가에서 50년을 버틴 바이든이 “함께 하면 미국이 못 할 일은 단 하나도 없다”고 외칠 때 거기엔 나라를 하나로 묶어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윤 대통령의 언어에선 찾기 힘든 지점이고, 누락의 이유는 진솔함이 부족해서다.

그는 ‘내부총질’ 문자로 여당을 아수라장 만들어 놓곤 뒤로 빠졌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소환 통보를 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기사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속내는 감추고 싶은데 포커페이스는 안 되는 어설픈 리더라는 인상이 짙다.

의지가 있다면 늦은 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한 몸이어야 한다는 구닥다리부터 걷어내라. ‘국민의힘 판’ 조 맨친이 나오고 대접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집권 후반기가 아니어도 대통령이 선거에 방해된다는 계산만 서면 어차피 당은 배신하는 게 정치판 생리다. 국익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온갖 ‘핵관(핵심 관계자)’에 대해선 ‘호가호위 무관용’ 원칙을 대통령 스스로 밝혀야 한다. 국익 수호의 첨단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국가수반이 한 줌도 안 되는 비선(秘線)에 휘둘리지 않고 품격을 지키는 첫 단추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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