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중국에 사업장 둔 반도체 기업이 이렇게 많다니…미국 ‘법’ 때문에 난리났다? [비즈360]
뉴스종합| 2022-09-06 13:3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하고 기쁜 표정으로 들어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법인 ‘반도체 및 과학법’ 공포 1개월을 맞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정책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도 사업장을 갖고 있어 ‘중국 내 시설확충 제한’과 같은 독소조항의 개선이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도 대책반을 미국에 파견해 대응에 나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및 과학법’에 서명한지 1달째를 맞는다.

이 법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제조, 인력양성 등에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지원금을 투입하고 첨단 시설 및 장비 투자에 대해 25%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지원법안이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법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련된 대중국 경제안보 전략이라는 평가다.

법안 내엔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우려국가에 향후 10년 간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장하거나 구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돼 있다. 조항의 적용을 받을 경우 미국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원을 받으면 중국 내 설비확충이 제한돼 중국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가 76.7%가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상황’이라고 평가했으며 법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고 TSMC도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6조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중국은 반도체 업계 주요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TSMC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온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 NXP, 글로벌파운드리,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장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시, 시안, 청두, 다롄, 난징, 광저우, 우한, 쑤저우 등 중국 전역에 널리 위치하고 있다.

중국 난징에 위치한 TSMC의 반도체 공장. [게티이미지]

이와 함께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제한은 미 행정부의 대중국 경제안보와 관련한 기본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미 정부가 인공지능(AI)용 GPI 반도체인 A100과 H100 등 GPU 제품에 대한 중국·홍콩 수출을 중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향후에 이보다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좋은 제품이나 칩이 내장된 시스템도 모두 수출이 제한된다. AMD도 AI용 GPU인 AMD 인스팅트 MI250의 중국 수출이 동일하게 관련 규정 적용을 받았다.

GPU는 AI 분야에 중요하게 쓰이고 있어 중국의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의 AI 사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군의 군용 목적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글로벌 GPU 시장 선두 기업으로 특히 엔비디아는 올 3분기 중국에 4억달러 규모의 제품 수주를 한 상태여서 이번 제재로 인해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20% 수준으로 중장기 사업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격은 대만 TSMC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사가 TSMC 매출액의 상당부분(10%)을 차지하고 있어 실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소속 회원사들로 협회 역시 우려와 함께 예외조항 마련 등에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최근 국내 매체들과의 공동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의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약 35%”라며 “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이 많이 감소하면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도 감소하고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생산 확대를 위해 상무부 등 정부의 시행 지침에 유연성이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미 정부도 시행 조율을 위해 백악관과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시행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워싱턴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 정부 관계자와 만나 반도체 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송원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원 등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메모리 팹(공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수익성 검토 및 중국과의 마찰에 대한 대응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대중국 반도체 핵심 장비 수출 제한 및 규제 확대 등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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