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포항의 ‘눈물’과 ‘기적’…침수 지하주차장서 실종자 2명 생존, 7명 심정지
뉴스종합| 2022-09-07 09:34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포항)=김병진 기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여파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려 13시간 만에 생존자가 나오는 기적이 발생했다. 이 생존자는 가족 생각을 하며 악몽 같았던 시간을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생존자 발견 후 주민 1명이 추가로 더 구조되면서 현장은 희망으로 가득 찼지만 안타깝게도 추가 생존자는 더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애초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 신고된 주민은 7명으로 알려졌으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7명을 포함해 9명이 구조된 상태다.

7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날 오후 8시15분께 남성 전모(39) 씨가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어 오후 9시41분께 여성 김모(51) 씨도 구조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생존자 2명을 살린 건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배관'이었다.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은 현장브리핑에서 “첫 번째 생존자인 전씨는 지하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채 발견됐으며 두 번째 생존자인 김씨는 지하주차장 상부 배관 위 공간에 엎드려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첫 번째 생존자는 헤엄쳐 나와 자기 발로 스스로 나온 격으로 볼 수 있고 두 번째 생존자는 배관에 엎드려 있었기에 우리 대원들이 가서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아내를 통해 알려진 생존자 전씨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갔으나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문을 열지 못했다. 순식간 밀려든 빗물을 피해 다급히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전씨는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아내는 전했다.

소방당국이 파악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약 3.5∼4m다. 이 중 오수, 스프링클러, 냉난방 등 상부 배관과 천장 사이 공간은 약 30㎝로, 두 번째 생존자인 50대 여성은 이 공간에 엎드려 있었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전했다. 당국은 “첫 번째 생존자 전씨는 곡선으로 둥글게 이어진 지하주차장 진출입로에 있어 물이 가득 차지 않은 상태로 에어포켓이 만들어졌고 물이 차오를 당시 전씨가 에어포켓 공간에 설치된 배관을 붙잡은 상태로 매달려 있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조 직후 전씨는 저체온증 외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구조된 김씨 역시 이 공간에 엎드려 있다가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이날 70대 남성 1명, 60대 여성 1명, 60대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0시 이후 발견한 심정지 상태 남성 중 2명은 지하주차장 입구를 기준으로 직진했을 때 ‘ㄱ자’로 꺾이게 되는 벽면 중간지점에서 찾았다. 또 10대 남성은 1단지 뒤쪽 계단 부근에서 수습했으며 소방당국은 배수작업과 수색작업을 벌여 현재까지 생존자 2명을 포함해 9명을 발견했다.

애초에는 7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됐다.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폭우로 침수된 경북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일 날이 밝자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찾기 위한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침수된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로, 차량 120여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 오전 7시30분부터 해병대, 해경 등과 함께 수색인원 55명을 동원해 수색에 들어갔다.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일렬로 서서 차 아래까지 손발로 훑으며 지나가는 방식으로 수색하고 있다. 하지만 진흙이 굳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가로 수색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수색했지만 추가로 수색해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아파트 1단지와 2단지 지하주차장에 고인 물은 70%가량 빠진 상태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이번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와 관련해 수사전담팀 발족해 수사에 들어간다. 68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실종자 수색작업이 끝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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