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너라도 살아" "엄마,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포항 母子의 마지막 대화
뉴스종합| 2022-09-08 00:57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인 어머니 B씨(52)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너라도 살아야 한다." "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A군(15)과 어머니 B씨(52) 모자(母子)가 나눈 마지막 대화다.

7일 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A군은 전날 태풍 '힌남노'로 인한 기록적 폭우로 지하주차장이 침수할 당시 몸이 아픈 어머니를 돕기 위해 주차장에 갔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채 발견됐다.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의 폭우 때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을 찾는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어머니 B씨는 실종 신고 약 14시간 만인 6일 오후 9시41분쯤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팔이 불편하고 수영을 못하는 B씨는 "나는 더이상 안된다.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먼저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A군과 어머니는 차량에 탔지만, 차오른 물 때문에 차문이 열리지 않자 A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지하주차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내보냈다. A군은 어머니와 헤어지며 주차장에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A군은 7일 0시35분쯤 지하주차장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려는) 시도는 좋았는데 결국 숨을 거뒀다"며 "아내가 살아남은 것도 천운이다. 당시 침수 상황을 봤다면 누구도 못 살아날 거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애통해했다.

A군의 친구들도 이날 장례식장을 찾아 망연자실했다. 학교 친구들은 "A군이 어머니를 잘 따랐던 친구"라며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회고했다. 특히 친구 최모군은 "비가 그치면 아침에 만나 같이 놀자고 서로 문자를 했는데 말 없이 떠나 너무 슬프다"고 했다.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 일부 공간이 지형상의 이유로 흙탕물 등이 닿지 않은 상태다. 소방 당국은 구조자들이 이런 공간들에서 파이프 배관을 붙잡은 채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

포항의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A군을 포함해 7명이 숨졌다. 전날 오전 6시30분경 관리사무소의 "차를 빼달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들은 갑자기 들어찬 물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어머니 B씨와 30대 남성 등 최초 구조된 주민 2명은 실종 13시간여 만인 6일 오후 8~10시 기적처럼 생환했지만, A군 등 실종자 7명은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A군을 포함한 사망자 대부분이 출입구와 가까운 통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생존자는 주차장 내 차량등을 발판 삼아 물이 차오르지 않은 공간, 이른바 에어포켓이 있어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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