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철도파업 ‘초읽기’...인플레에 기름붓나
뉴스종합| 2022-09-15 11:25
미국이 물류대란에 직면했다. 화물철도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시한(동부 시간 기준 17일 오전 12시 1분)이 임박해서다. 14일 캘리포니아주 커머스에 있는 유니언퍼시픽 철도 부지에 화물열차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AP]

미국 화물철도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시한(17일 오전 12시 1분· 동부 현지시간)이 임박하면서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이 14일 직접 노조 대표들과 협상에 나섰다. 가뜩이나 물가급등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1992년 이후 30년만에 처음이 될 철도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읽힌다. 로이터·CNBC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 측은 노조와 협상에 대해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9시께 시작된 이들의 대좌는 수 시간째 이어져 마라톤 협상 성격을 띠었다.

총 12개 노조 가운데 10개는 잠정 협상안을 타결했지만 미 철도노조 기관차조합(BLET), 캘리포니아 소노마마린 철도노동자조합(SMART) 등 2개 노조가 근로환경 개선 등 3개항을 놓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BNSF·CSX와 유니언퍼시픽, 노퍽서던 등 철도회사 근로자가 이들 노조에 속해 있다. 철도노동자 총 11만5000명 가운데 절반쯤 되는 약 6만명이 소속돼 있다. 노조는 한 회사라도 협상 타결이 안 되면 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데니스 피어스 BLET 대표는 “회사는 직원을 쫓아내는 정책을 펴는 대신 인간처럼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시한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조합원들에게 파업정보를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이는 실제 파업이 일어날 징조가 아니고 파업 준비절차의 하나”라고 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미 화물량의 30%가 멈춰서게 된다는 추산이다. 농업·제조업·소매 부문 등에 여파가 미쳐 경제적 피해는 하루 20억달러로 달할 걸로 전망된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화물철도 시스템의 폐쇄는 우리 경제와 미국인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미 정부는 지난 13일 파업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고, 비상 법령 발표를 검토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노조와 철도회사에 전화를 걸어 협상타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의회가 중재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재앙’을 우려하는 재계가 의회의 개입을 촉구하면서다. WP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날 노조와 사측이 대통령비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쟁의 종결을 위해 지난 7월 중순 독립 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에선 2024년까지 임금 24%인상과 보너스 5000달러 등을 합의안으로 권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 개입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핵심은 근로자들에게 병가가 없다는 것이고, 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으로 해결돼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주요 노조는 질병이나 가정 내 비상사태로 인한 결근에 사측이 불이익을 주는 걸 해소하는 내용이 권고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미 경제 곳곳에선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전미여객철도공사(Amtrak·암트랙)는 15일부터 북동부 노선(워싱턴~뉴욕~보스턴)을 제외한 모든 장거리 열차를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식품 제조 업체 등 1700개 기업을 대표하는 소비자브랜드협회는 미 철도가 15일부터 곡물운송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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