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학기 대학가 학생식당 ‘줄인상’
“비싸다” 논란에 해결책 준비
고물가·업체 감소…운영 어려워
학생들 불만은 여전…“무책임해”
지난 19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 풀무원에 수수료를 받고 판매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고물가 여파로 올해 2학기부터 학생식당(학식) 가격을 올리기로 한 대학이 늘면서 대학생들의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가격이 오른 만큼 ‘식사 질’에 신경 써 달라는 목소리와 함께 저렴한 학식 메뉴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다. 밀키트까지 내놓는 대학도 등장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은 학식 가격을 올리고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학기에 학식 가격을 7000원까지 올린 서울대는 이날부터 밀키트 판매를 도입했다. 캠퍼스 안에서 밀키트를 판매하는 대학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앞서 서울대는 학식 가격을 올린 뒤 메뉴 부실 등 학생들의 거센 불만에 부딪히기도 했다.
고려대는 전날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학생식당 가격을 1000원 올린 6000원으로 인상했다. 고려대는 사전에 학생식당 가격 인상을 공지하고 학생들에게 식권을 미리 구매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외대도 2학기부터 중·석식 가격을 500원 올려 4000원이 됐고, 교수회관 교직원 식당은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랐다.
대학 최초로 밀키트 판매를 시작한 서울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밀키트를 미리 주문할 수 있다(오른쪽).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출출박스 제공] |
대학들은 “버티다 못해 학식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학식 가격을 1000원 인상해 7000원까지 오른 서울대 측은 당시 “학식 적자가 누적돼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식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후속대책으로 낸 무인 간편식 코너는 라면과 같은 1000원대 메뉴부터 샐러드, 한식 등으로 구성된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밀키트 가격은 4000~6000원으로 책정됐고, 미리 주문할 경우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밀키트 판매는 외부업체인 풀무원이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에 수수료를 내고 입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
하지만 학식 가격 인상으로 지갑이 얇아진 학생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가격이 오른 만큼 학식 질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비판부터 학생복지 차원에서 학식 가격을 낮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는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식 가격 인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민지 한국외대 인권연대국장은 “물가 때문에, 식자재와 인건비 때문에 안정적인 학식 운영이 어렵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과 재원을 학교 본부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품질 향상에 대한 고려 없이 학식 가격의 부담을 학생들에게 지우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학은 각종 물가 인상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식업체가 줄어들면서 학식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기숙사, 도서관, 단과대학 안에 있는 소규모 식당은 운영하겠다는 업체가 없어 존폐 위기에 서기도 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처럼 이용 학생이 적은 경우 급식업체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업체들을 유인하려면 결국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학생들은 학식을 복지로 생각하기에 가격도 섣불리 올릴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