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파월 “물가 확실히 잡을 때까지 금리인하 안해”…4연속 ‘자이언트 스텝’도 농후
뉴스종합| 2022-09-22 10:16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에 내보인 신호는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것과 그로 인해 경기 연착륙의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밝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 또는 조기 금리 인하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물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금리 인하 없다”=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결과 미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해 3.00~3.25%로 조정한다는 발표 직후 워싱턴 DC의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 인플레율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늘처럼 큰 폭의 금리인상이 또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밝힌 내 메시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해 말기 바란다”며 “물가가 본격적으로 완화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파월은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미 가계와 경제에 고통이 있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계속 해나가겠다(‘Keep at it’)고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은 ‘Keep at it’이란 표현을 이번에도 썼다. 이는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침체를 불사하고,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저서 제목이다.

연준은 지난 6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후 이번에 3회 연속 0.75%포인트로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몇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도 "팬데믹 관련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더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은 막대한 인적·경제적 고난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전쟁 및 그와 관련된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활동을 짓누르고 있다"고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다음 FOMC 정례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FOMC 참석자들의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투표권이 없는 7명의 연은 총재를 포함해 참석자 19명의 9명이 올해 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1.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가 11월, 12월에 두 차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순서와 관계없이 ‘0.75%포인트+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만일 11월 초 열리는 다음 정례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이 결정되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인 셈이다.

연준은 또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를 기존 3.4%에서 4.4%로, 내년 말 금리를 3.8%에서 4.6%로 대폭 높였다. 연준 위원들은 2024년 이전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았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FOMC 결과가 공개된 뒤 시장 분석기관들도 일제히 기준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OMC 직후 낸 보고서에서 “11월에 0.75%포인트, 12월에 0.5%포인트, 내년 3월까지 두 차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최종 목표 금리 전망은 기존 4.0~4.25%에서 4.75~5.0%로 높인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예측 기관인 LH마이어는 이 보다 높은 5~5.25%를 최종 목표 금리로 제시했다. 이 기관은 11월 자이언트 스텝과 12월과 내년 2월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 낮아져 =이날 연준은 미 경제(GDP) 성장률도 기존 1.7%에서 0.2%으로 대폭 하향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2%로 내렸다.

공격적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에 따라 불가피하게 경기 둔화가 따라올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2%의 물가상승률로 복귀하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정책 스탠스를 조정하고 당분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며 실업률 상승과 경제 둔화를 초래하는 한이 있어도 물가 잡기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실업률은 현재 3.7%에서 내년 4.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연내 5.4%를 제시해 6월(5.2%)보다 상향 조정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초래할 노동시장 충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 복원에 실패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보였다.

파월 의장은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더욱 제약적인 정책의 결과로 연착륙 확률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착륙이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착륙 관련 질문에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회견 도중 “언젠가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2024년부터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 가장 많은 4명이 2024년에 3.75~4.0%를 예상했다. 4%를 넘을 것이란 예상은 6명 뿐이었고, 나머지 13명은 4% 미만을 점쳤다.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진정될 조짐을 보인다면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빅 스텝을 두 차례 밟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FOMC 참석자 8명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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