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혁신 통해 ‘넷제로’ 간다...반도체 기업들, 사활 건 기술 승부
뉴스종합| 2022-09-26 11:4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초저전력 전쟁’에 뛰어들었다.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달성이 경영활동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면서 기존보다 전력 소비가 적은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전력 및 수자원 사용이 많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2차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어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의 탄소배출까지 줄여 지구환경 개선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성장을 이루고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신(新)환경경영전략’을 최근 발표하고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등 혁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서버, PC,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곳에서 전력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프리미엄 저전력 D램인 ‘LPDDR5X’는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속도가 1.3배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20% 향상했다. 리소스가 필요하지 않을 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동적전압기술(DVFS)와 절연 효과가 높은 물질을 트랜지스터 절연막에 적용해 누설 전류를 줄여주는 공정 등을 적용해 모듈 차원에서는 30%의 전력 효율을 개선했다.

6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센터 전용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M1743’은 전력 효율이 높아 데이터센터를 위한 서버 운용비용 및 탄소배출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력 효율도 30% 향상된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센터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적용하면 연간 절감되는 전력은 8.5TWh(테라와트시)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 가정용 전력인 14.6TWh의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체 400만가구 중 240만가구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다.

SK하이닉스도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해 지난달 발표한 세계 최고 높이의 238단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당 2.4Gb(기가바이트)로 이전 세대 대비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이 21%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전력소모 절감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연산기능을 갖춘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도 전력 사용량을 대폭 낮췄다. SK하이닉스는 PIM을 그래픽 D램인 GDDR6-AiM에 적용했는데, 연산 속도를 16배 높이고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소모도 80% 줄였다. PIM이 기존보다 낮은 전압에서 구동되고 자체 연산을 통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간 데이터 이동을 줄여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데이터량이 폭증하고 반도체 전력사용을 통한 탄소배출이 늘면서 반도체 전력효율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량은 2018년 33ZB(제타바이트, 1ZB=1000조바이트)에서 175ZB로 매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은 200~250TWh(암호화폐 채굴 전력 100TWh 제외)로 지구 전체 전력의 약 1%를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모를 줄이면 그 자체 전력은 물론 발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도 절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전환을 뜻하는 RE100에 동참하면서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넷제로 전략도 한층 가속화됐다.

삼성전자는 5년 내 모든 해외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등 205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올해는 서남아시아와 베트남,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CIS(독립국가연합지역)·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미국, 중국, 유럽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소비전력의 33%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50년 RE100을 달성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최고경영자(CEO) 직속 전담조직과 ESG 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텔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80% 전환을 달성했고 2030년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친환경 화학물질 개발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TSMC도 2020년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대만 정부가 이용료의 90%를 부담하는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의 920㎿급 해상풍력 발전소와 20년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RE100 실현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해외와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달성의 경우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RE100 가입 23개 기업의 합산 전력 사용량은 60TWh인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GWh 수준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발전시설 설비를 위한 인허가 장애물을 없애고, 전력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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