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바이든 요청·경고 묵살...美 “사우디, 우리 편 맞아?”
뉴스종합| 2022-10-12 11:21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가 지난 5일 원유 감산 결정을 하기 며칠 전 미국 관리들이 사우디아리비아 측에 감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에 서는 분명한 선택으로 간주돼 미국의 지지가 더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한 달 가량 결정을 연기하라고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사진 오른쪽) 미 행정부는 징벌적 조치를 포함해 사우디아라이바와 관계 재검토에 돌입할 태세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관리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나쁜 뉴스를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런 요청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OPEC+의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승인하는 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울었다고 전해졌다.

백악관 관리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사진)왕세자와 수차례 통화를 하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과 연락을 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미국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지면 자국 전략비축유를 채워 넣기 위한 대량의 원유를 구매하겠다고 유가하락을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전해졌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OPEC+ 결정을 감안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양국 관계가 필요한 수준에 맞는지,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

미 의회에선 OPEC+의 결정 이후 미국산 무기의 사우디아라비아 판매 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포럼에 대한 미국 참가 철회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상원 상임위원회를 지난 5월 통과한 이른바 ‘노펙(NOPEC)’입법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 법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국가를 불법 가격담합 협의로 고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나라가 틀어지고 있는 건 내치를 위해 휘발유 가격 안정이 필요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난 7월 방문했지만 사실상 ‘빈 손’이 된 형국과 관련이 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미국의 영향에서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수립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되레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과 나눈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관련 사적 대화를 공개했다는 점에 분노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애초 지난 8월 OPEC+가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이후 하루 10만배럴 증산으로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미 국무부의 에이모스 호치스타인 에너지안보 특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에게 약속을 어겼다는 항의 e-메일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게 압둘아지즈 장관을 화나게 해 미국과 독립적인 석유 정책을 수립한다는 그의 결의를 강화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200만배럴 감산도 러시아의 로비에 더해 압둘아지즈 장관의 촉구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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